사회복지인의 천방지축 생존전략 ⑧
강호철 사회복지사

1. 들어가기

벌써 11월이다. 어제(11월7일(일))가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立冬)이었는데, ‘사회복지인 천방지축 생존전략’도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올해 4월부터 필자는 여러분에게 행복한 사회복지현장가가 되고 싶다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관점을 달리하면, 사업이 달라진다.’를 바탕으로 ‘당신의 존재가치에 눈을 떠라.’ 그리고 ‘잠자는 당신 자신의 꿈을 깨워라.’ 그 꿈 대비 ‘당신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 그렇기에 ‘가치를 창출하는 변화의 주체로 당신을 변화시켜라.’ 그리고 ‘변화의 걸림돌을 치워라.’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어딘가에 도달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방법, 뭔가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스스로 움직여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나를 살리는 철학 p34)‘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너무 조바심 내어 ‘내가, 우리 조직이 고객의 욕구를,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기를 부탁한다. 고객 스스로가, 지역사회 스스로가 그 욕구를, 그 사회문제를 해결 및 예방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조력함에 집중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것과 같이 말이다.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설령 고약한 이웃이 있더라도 그저 너는 더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야. 착한 아들을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빠가 되는 거고, 좋은 아들을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들이 되어야겠지. 남편이나 아내, 상사 및 부하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간단히 말해서 세상을 바꾸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을 바꾸는 거야.”라고 말이다.(발췌: 사회복지사 가치 성장(다음 블로그), ‘변화를 포기하지 않는 사회복지사가 되자’에서)

2. 최고의 '셰프(chef)'인 사회복지현장가 되자.

그럼 ‘나 자신을 바꾼다.’는 것을 어디서부터 실천해볼까.

매해 11월은 사회복지현장가에게 매우 바쁜 시기이다. 이 기간만큼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는 때가 없을 것이다. 한 해 사업을 마무리 짓는 기간이면서 또한 다음 해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든 사업목표량을 달성함에 차질 없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짓누르고, 더불어 사업평가 결과와 조사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올해 사업 대비 ‘폐지, 향상, 축소, 창조’해야 할 사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압박감에 에워 쌓인다.

그렇기에 필자는 사업계획을 수립함에서부터 ‘나 자신의 바꿈’을 추진해보길 권유한다. ‘진정한 행복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앙드레지드)’임을 상기하자. 습관의 씨앗을 뿌리면, 성격의 열매가 열리고, 성격의 씨앗을 뿌리면, 운명의 열매가 열린다.(나폴레옹) 매해 11월을 조우하고 싶지 않은, 회피하고 싶은 기간에서 즐겁고, 행복한 기간으로 변화시켜 보라.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요리’와 ‘사업계획’을 연계지어 살펴보자.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스렌지(불)와 물, 식재료 그리고 냄비 등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와 같은 장비와 재료 들을 아래 [표1]과 같이 사회복지라는 관점 측면에서 재정의 해 보았다.

[표1]

사회복지현장가인 여러분이 ‘요리 활동’을 어느 정도 해본 경험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요리’도 사업계획 수립처럼 세밀한 추진 단계를 필요로 한다. 이를 8단계로 구분하면 아래 [표2]와 같다.

[표2]

최소한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 요리는 그 맛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왜 이런 음식을 조리했는가,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는가.” 등과 같은 공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불안에 휩싸이지도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수립하고 있는 사업계획도 이와 같이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왜, 내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가.”에 대한 답(목적-미션)이 분명히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세끼는 먹어야 하니까… 외식을 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대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등”과 같은 표현은 그 답이 될 수 없다. 가정의 혹은 가족 구성원의 질적 변화(예: 건강, 행복 또는 화목 등)를 도모하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 자신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요리를 통해 항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 여러분이 원하는 요리계획이 수립되었다면, 요리는 어떻게 추진하면 될까.

① 먼저, 고객의 수 등을 생각해서 냄비의 크기와 그 안에 들어갈 물의 양을 결정 한다.

② 그 다음으로는 고개의 현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음식의 종류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목적과 목표 그리고 사업내용 상호간 연계성 도모)

③ 음식의 종류가 정해지면, 그 음식을 만들어낼 필요한 식재료를 음식의 맛과 고객의 건강 차원에서 고민/결정한다. 사회복지사업 관점에서 보면, 사회사업을 위해 함께 연계·협력해줘야 할 자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정말 신경 써야 할 점은 바로 ‘음식 재료 상호간 궁합’이다. 지역 자원 중에도 ‘궁합이 맞지 않는 자원도 있음’을 명심하자. 이외에 ‘재료의 양과 비율’도 중시해야 한다. 재료가 많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업을 할 때, 지역자원에 대한 과욕은 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④ 음식의 재료가 잘 선정되었다면, 그 다음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양념’이다. 바로 음식의 궁합을 더욱더 절묘하게 결합시킬 수 있도록 사업 배치를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⑤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 음식의 종류와 그에 부합하는 찰떡궁합 식재료 그리고 양념 등이 잘 준비되었다면, 이제 전자렌지에 불을 켜서 조리를 시작하자.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불의 세기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활활 타오르는 불’은 음식의 제 맛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회사업을 행할 때 사회복지현장가인 나 자신은 ‘불’로써, 적절하게 그 화기를 조절하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자. 그 불을 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⑥ 음식이 조리되고 있으면, 그 다음으로 신경을 써야 할 점이 바로 음식의 간을 보는 것이다. 최고의 셰프(Chef)라고 하더라도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업 측면에서 보면, ‘중간 평가(점검)’라고 할 수 있다.

⑦ 자, 음식이 다 되었다. 조리된 음식을 용기 등에 담고 고객에게 갖다드려야 하는데, 여기서 하나 더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장식(Decoration)’이다. 감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현장가는 끝까지 ‘고객 감동’이라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선택에 대해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사업계획이라는 식단을 완성하고, 이에 맞춰 요리를 행한다면, 사회복지현장가인 당신은 지역사회로부터, 조직으로부터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셰프’라는 호칭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아니 ‘최고’라는 수식어구가 따라 오지 않더라도, 당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요리를 먹음으로 인해 건강 등이 변화하는 고객의 모습 등을 통해 당신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가며

‘요리’하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대장금’이다. 필자도 이 드라마를 즐겨 보았다. 이 드라마에도 명대사가 많은데, 필자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때는 궁에서 수랏간 최고자리인 최고상궁을 결정하기 위한 대회가 열린 시점이다. 스승인 한상궁을 대신해 경합에 출전한 장금이는 승부가 2:2인 마지막 상황에서, 왕모로부터 “너의 최고 음식은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받는다. 이때 장금이는 “산딸기전과이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때 중전마마가 장금이에게 “왜 이 산딸기전과가 너의 최고음식인가.”라고 질문을 하자, 장금이는 “제가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돌아기기 직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입에 직접 먹여드렸던 음식이 산딸기였습니다. 그때 죽어가던 어머니는 저의 그 마지막 음식을 드신 뒤, 미소로 화답하시고는 돌아가셨습니다.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십니다. 비록 이 미천한 산딸기를 먹고도 미소로 화답하셨던 제 애미처럼 만백성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고 대답하였다. 장금이의 그 말을 듣고 산딸기전과를 먹은 임금은 장금이를 조선최고의 수랏간 궁녀라며 극찬하였다.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글이 있는데, ‘은자림’이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되어져 있는 생검(生劍)과 사검(死劍)에 대한 글이다.

“마음을 거울이라 하자. 닦고 닦아도 먼지가 끼는 것은 당연지사다. 먼지가 잔득 끼어 있는 검은 마음에는 먼지가 더 묻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은 하늘 아래 부끄러운 것 하나 없이 요즘 죄 지은 일이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닦고 닦아 깨끗한 마음을 가진 자는 조그만 먼지가 묻어도 표시가 나기에 크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죄를 지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닦고 닦으면 아예 거울이 닳아서 사라져 버리니 먼지가 묻을 곳조차 없어진다. 무념무욕의 상태에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중략) 가장 강한 사람이 가진 검이 가장 강한 검이다. 가장 강한 사람은 완성된 인간이다.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갈고 닦아 마음의 완성, 무념 무아의 경지에 이른 자를 말한다. 누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의롭고 선과 진실 편에 서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검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검술은 어린아이에게 검을 주면 위험한 장난감이 된다. 나를 세우고 검을 들어라! 자신의 마음이 살아있다면 수천의 적을 베어도 생검(生劍)이 될 것이다. 마음이 죽어있다면 수많은 사람을 살리려 검을 들어도 사검(死劍)이 될 수 있다.”

거듭 강조한다. 이 세상에 대단한 것은 없다. 존재가치 있게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게 되었을 때, 대단해지는 것이다. 음식으로만 놓고 본다면, 산딸기는 보잘 것 없는 열매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장금이는 그 보잘 것 없는 산딸기에 학(學)을 통해 ‘전과’로 만들었고, 거기에 덧붙여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의 마음과 자세’를 투영시켰다. 즉, 실천과 배움 그리고 사상을 맛깔스럽게 잘 비벼놓은 것이다.

강호철 사회복지사
강호철 사회복지사

장금이처럼 사회복지현장가 여러분 모두가 고객에게, 지역공동체에서, 사회복지시설에서 ‘사(思)와 학(學)을 바탕으로 사상(思想)과 잘 어우러져 ‘변화, 존재가치, 꿈, 관점 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생검(生劍)으로서의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전문가적 존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끝]

※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회복지인의 천방지축 생존전략’이라는 제목 하에 ‘제주사회복지신문’에 게재된 총 8편의 글들을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애독해주신 사회복지현장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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