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 출범을 바라보며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고승화
제주에 살면서 늘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걱정이 있다. 큰 병이 생기면 결국 육지로 나가야 한다는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도민들이 중증 질환이나 희귀 질환 진단을 받으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 비행기에 오른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절박함 앞에서 이동의 불편이나 비용 부담은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짐이 된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큰 병이 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이 제주 사람들의 마음속에 늘 자리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도민들이 느꼈을 안도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제주한라병원과 연세의료원이 손을 잡고 제주에서 공동진료센터를 출범시켰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의료시설이 하나 생긴 것을 넘어, 제주 의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지역 의료기관과 국내 최고 수준의 Big5 병원이 협력해 새로운 진료 모델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 또한 작지 않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나 심뇌혈관 질환, 희귀·난치 질환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는 일이 흔했다. 치료 수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그만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에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서울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면 Big5 병원의 의료 역량과 제주한라병원이 협력해 새로운 진료 체계를 만드는 이번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공동진료센터에서는 서울과 제주 의료진이 함께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고 한다.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다학제 진료 방식으로 협진을 진행하며, 필요할 경우 전문 의료진이 제주를 직접 찾아 진료에도 참여한다고 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 협력 진료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인상 깊다. 의료가 더 이상 지역의 경계를 넘어 함께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자리 잡는다면 도민들은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제주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와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이동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기술만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이기도 하다. 익숙한 지역에서 가족과 가까이 지내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패스트트랙’ 시스템이다. 제주에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다가 서울의 병원 치료가 필요할 경우 빠르게 연계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제주에서 치료를 시작하고 필요하면 수도권 병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의료 협력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보다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오랫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의료와 복지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느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제주에서는 안정적인 의료 체계가 곧 지역 복지의 기반이 된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도민들의 삶은 더욱 안정되고 지역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동진료센터의 출범은 의료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에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동진료센터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지역 의료와 수도권 의료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는 어느 한 지역만의 힘으로 완성되기 어려운 분야다. 서로의 강점을 연결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때 더 나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의 경험은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도 의미 있는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협력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도적인 뒷받침과 지속적인 협력, 그리고 현장에서 애쓰는 의료진의 노력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제주한라병원과 연세의료원이 함께 만든 공동진료센터가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의료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제주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며 필요할 때는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역량과 연결되는 길이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준 의료진과 관계자들께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공동진료센터가 제주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기반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지역 의료가 한 걸음씩 더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제주에서 치료받고 제주에서 회복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공동진료센터의 출범이 그 소중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s://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