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모양에 자신들의 희망 담아 '형상화'

45. 오름치유(4)

2023-01-05     한영조

오름은 형상이다
오름 형상은 오름의 생김새의 느낌을 심미적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을 말한다. 수많은 시간을 거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양이 지형이다.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그 생김새도 오름마다 다르다. 마치 사람의 얼굴과도 같다. 얼굴이나 마음 자체가 100이면 100사람 모두 다르듯이 오름도 마찬가지다. 사람 얼굴만 보더라도 똑같은 경우가 없다. 이를 사주에서는 관상이라고 한다.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오름 모양에 대해 형상을 그려 넣는다. 그 모양새에 따라 오름 명칭을 붙이기도 하고 전설을 담기도 한다. 영험한 존재로 삼기도 한다. 풍수지리를 적용하기도 한다.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될 때 본래의 생김새 모양은 사람의 정신적 느낌과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형상으로 거듭난다. 오름 등 자연물을 통해 느끼는 모양을 특별한 형상을 그려 넣는 것이 형상치유다. 정신적 치유의 핵심이다.

많은 치유객이 오름을 자주 찾는다. 눈으로 오름의 지형을 보고, 귀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코로 식물의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느끼고, 피부로 접촉한다. 사람들은 오감 접촉을 통해 오름 자연물의 특징을 기억한다. 이것만으로도 자연의 주는 아름다움의 오감치유가 된다. 그러나 어떤 치유객은 그 아름다운 감응을 기록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기록 내용을 일기처럼 간직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때도 있다.

실제 숲과 오름을 만나고 접촉하고 아름다움에 감응하고 기억으로 남아 그 기억을 기록한다. 기록함에 있어서는 심미의 형상을 다양한 형태로 그려내고 이야기로 풀어낸다. 사람마다 느끼는 각자의 형상을 창조한다. 이처럼 오름 자연물의 오감 기억을 통해 기록하고 이것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창작 활동하는 것 자체가 형상치유다. 그렇게 하는 것을 형상치유 활동이다. 이럴 때 정신이 하나로 집중되고 정신적 에너지 정기를 받고 치유의 극대화가 일어난다.

특히 오름 자연물은 순수하고 경이로우며 아름답다. 생명력이 있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은 자연물 생김새를 소재로 시나 소설, 그림을 창작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새로운 옷을 입힌다. 그렇기 위해서는 상상과 연상이 투영된다. 자연물의 모양에 마음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를 꾸민다. 만약에 오름이라는 형, 즉 지형이 없으면 그 자연물에 상을 덧붙여 새로운 형상을 그려낼 수 없다. 형이 있어야 그 형을 중심으로 상이 그려지고 그 내용을 글이나 영상 등 다양한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형과 상은 불가분의 관계다.

예를 들면 에른스트 헤켈은 해양생물의 경이로운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자연의 예술성 형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새로운 미적 감각을 통해 생명체의 아름다운 형상을 발견하고 그렸다. 이의 아름다운 형상은 시각적인 질서에 뒀다. 그것은 대칭성이다. 대칭성의 질서는 방산충, 해파리, 달팽이, 조개, 식물의 씨앗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런 창작 기풍은 가구나 건축물의 예술적 감각에도 적용됐다. 이렇듯 헤켈도 자연의 아름다운 모양을 새로운 형상으로 창작하면서 정신적 치유의 극대화를 가져왔다.

오름이나 숲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연물의 심미적 아름다움에 감응한다. 또한, 사람마다 감응한 기억을 다양한 형태의 형상으로 창조한다. 동양사상만 보더라도 자연물에서 질서와 형상을 찾아 하나의 이론으로 구축한 사례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양의 조화다. 자연 속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고 만물에는 암수가 있고 이들 음양의 조화 속에서 사물이 탄생하고 기운이 형성한다고 봤다. 대표적인 이론이 음양오행설이다.

제주인들이 그렸던 대표적인 형상 가운데 하나는 풍수지리다. 오름과 숲의 기복 지형을 풍수지리로 이론화한 것이다. 풍수지리는 현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사후세계에서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좋은 지세나 지맥을 찾아 묘역을 조성하고 조상을 모시는 것은 후대의 번영과 사후세계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이다. 다시 말하면 명당자리에 조상 묘를 쓰면 현세의 자손들은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해지고 사후에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정신적 치유가 되고 있음이다. 반면에 명당자리에 묘를 쓰지 못했을 때는 불행의 씨앗처럼 여겨 불안해한다. 그래서 풍수지리는 자연물 수맥과 지맥의 형상화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으로 믿도록 한 것이다.

물론 오름 등 모든 자연물에는 에너지인 생기가 있다. 생명력이 있기에 그렇다. 사계절에 따라 왕성함, 발랄함, 힘참, 웅장함, 경이로움, 심미 등 각자 느끼는 에너지 공명이 있다. 물리학에서도 만물은 입자와 파동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에서부터 음전하와 양전하의 흐름이다. 밀고 당기는 힘이다. 이런 원리는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됐다.

중국의 도가사상에서는 생기의 사상을 정립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천하는 하나의 기로 통하고 기는 만물의 본체와 생명의 근원이다. 자연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들이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사람의 생명 활동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주인들도 368개의 오름 모양에 자신들의 희망을 담아 형상화했다. 오름 모양이 다르고 굼부리 형태가 다르고 곡선이 다르고 기복이 다르다. 서로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똑같지 않다. 그래서 그 생김새나 자연물, 생활터전에 따라 오름 명칭을 부여했다. 더 나아가 오름 자락에 온갖 질곡의 한숨을 묻으며 아픔과 한을 담기도 했다. 구릉지를 일구고 밭고랑에 앉아 시름을 달랬다. 오름 꼭대기에 올라 방목하는 소와 말을 망보며 답답함을 치유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인들은 오래전부터 오름을 형상화했다. 물론 각각의 오름을 구별하기 위한 편리성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그렇게 창작한 형상들 하나하나가 생생한 생명체를 갖고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오름을 찾는 치유객들에게 정신적 치유를 제공하고 있음을 물론 또 다른 형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오름에 얽힌 숱한 설화와 전설, 역사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는 대단하다.

신영대(2009)풍수지리에서 제시한 오름별 풍수지리 형상의 특성을 보면 잘 나타나 있다. 368개 오름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다. 많은 오름이 빠져 있다. 그러함에도 여기에서 나타난 기본적인 형상은 대부분 사후세계 풍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오늘날은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건강 치유의 시각에 맞는 형상을 새롭게 창조할 필요성이 있다.

풍수지리에서 나타난 오름의 형상은 우선 오름 몸체의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크고 우람한지 아니면 작고 왜소한지다. 반달 모양인지, 둥그런 모양인지, 또는 다른 모양인지다. 이것에 따라 기본 형상이 그려진다. 다음은 지형이다. 지형에는 머리와 꼬리가 대표적이다. 머리는 솟아난 부분이다. 반면에 꼬리는 내려간 부분이다. 또는 경사가 가파른지, 아니면 완만한지 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그 주변 지세 여부다. 구릉지나 자락, 계곡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다음은 굼부리다. 굼부리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느 방향으로 열려 있고 닫혀 있는지다. 또는 원형으로 돼 있는지 등이다. 굼부리 내에는 호수가 있기도 하고 농경지로 경작을 하기도 한다. 또는 도로를 뚫어 변형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모양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 모양이 봉황, , , 여인의 눈썹 모습 등으로 그려내 형상화한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관상처럼 오름 관상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곧 고유성을 갖는 오름의 얼굴이며 마음이다. 본래 오름 등 자연물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편안하고 포근함이다. 여기에 오름의 개별적 특성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창출이 형상치유, 즉 정신적 치유를 극대화한다.

구좌와 우도지역 오름의 풍수지리 형상 특성을 보면 대표적으로 동물이나 사람, 식물, 생활 도구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동물로는 독수리, , 천마가 날거나 용의 자세 모양, , 고양이, 돼지를 닮은 모양을 그리고 있다. 생활 도구로는 삿갓이나 종 모양, , 임금의 어대 등도 이미지화한다. 연꽃이나 둥근달, 초승달, 둥지, 음양의 조화를 그리기도 한다. 또는 사람의 형상화에는 불자의 성불, 모정, 아름다운 여인, 정좌한 아버지, 몸체, 군대의 기세 등을 들 수 있다. 그 형상 특성을 분석하면 다음 표와 같다.

 

<지역별 오름 형상 특성 분석>

구좌지역

오름

형상 특성

지미봉

종을 엎어놓은 것 같고 독수리가 날고 천마가 하늘로 오르는 모양이다. 사방팔방 트여 조화롭게 부드러운 마음이 든다.

다랑쉬오름

한쪽은 완만하고 다른 쪽은 우뚝 솟은 모양이다. 우뚝 솟은 부분은 마치 연꽃이 물 위로 화사하게 핀 것 같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덕을 쌓는다

용눈이오름

능선이 높고 낮은 듯 좌우로 꿈틀거리며 부드럽게 흘러가는 형상이다. 마치 용이 조화를 부리는 것처럼 밝은 기운을 얻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

손지오름

(손자봉)

오름 모양이 한라산과 비슷하다 하여 한라산의 손지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주변 오름과 소통하며 생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보여 오복의 가치를 갖고 있다.

둔지오름

높고 낮게 삼각형 기복을 이룬 봉우리가 마치 군대가 진을 친 것처럼 보인다. 하늘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세는 강한 도전 정신을 심어준다.

묘산봉

고양이가 머리를 사리고 누운 모양처럼 가지런하고 포근한 반월형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성불오름

선정에 든 불자가 성불을 통해 해탈한 반야의 지혜를 얻고 유유히 흐르는 세월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모양이다. 산줄기 중심에는 용천수가 흐르고 포근함이 있다.

비치미오름

다양한 색감의 변화와 황홀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금방 노래와 춤을 마치고 인사하는 것처럼 영험한 정기가 있어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한다.

동거문오름

오름 속에 새끼오름을 품고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날카로운 듯 부드럽고 부드러운 듯 날카롭게 조화를 이룬다. 마치 우주의 신묘가 서려 우러나오는 잡념과 욕심이 사라진다.

높은오름

구좌지역에서 가장 높은 오름으로 의연하고 단아하게, 그리고 초연한 기상을 하고 있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호위하듯 한다. 강인한 정신을 갖게 한다.

돝오름

돼지 모양의 풍만한 몸매다. 욕심을 비우고 주변 오름을 보다 보면 저절로 안정감과 편안함이 다가온다. 포근하다.

은다리오름

(은월봉)

넓은 들판에 살짝 솟은 반달 모양이다. 큰 새가 거대한 날개를 펴고 비행하려는 것처럼 무엇인가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날갯짓 마음이다.

삿갓오름

(입산봉)

굼부리 형태가 삿갓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인근의 괴살메오름과 함께 김녕마을을 감싸고 있어 정신적 지주의 오름이다. 허한 마음을 적시며 평온함을 갖게 한다.

송당 민오름

넓은 목장지대에서 여성의 젖가슴처럼 넉넉한 모정을 품은 모양이다. 두 마리 용처럼 봉우리 두 개가 기운차다. 부의 행운과 용기를 심어준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 별장 귀빈사 장소다.

돌리미오름

긴 능선 줄기 하나가 돌고 돌아 종착지에서 뾰쪽하게 솟아 꽃을 피운 모양이다. 마치 청룡의 꼬기가 휘감긴 지세다. 정상 암반에 앉아 공명하면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아 어느새 지친 마음이 사라진다.

아끈다랑쉬

오름

둥근달이 살짝 얼굴을 내민 반월형 모양이다. 매끈하고 고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굼부리는 생명을 잉태하는 둥지를 빼닮았다. 가을에는 굼부리 전체가 은빛 억새꽃으로 뒤덮여 군무를 연출한다. 최고의 행복감을 안겨준다.

문석이오름

몸체가 출중한 동거문오름과 높은오름에 가려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미모의 여인이 몸을 숨긴 채 고아한 매력으로 누워 있는 모양이다. 포근함과 편안함이 있다.

거슨세미오름

머리를 올린 용이 두 팔로 오름을 감싸 안고 꼬리를 내린 모양이다. 샘물이 한라산 높은 쪽으로 거슬러 흐르는 오름이다. 송당목장의 목가적 풍경도 한몫한다. 평온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밧돌오름과 안돌오름

음양의 조화를 이루며 영원한 벗과 같다. 밧돌오름은 동적이고 안돌오름은 정적이다. 밧돌오름에는 용천수가 있고 사면의 암석은 밝은 정기를 뿜는다. 안돌오름은 구릉지에 부드러운 초지가 있다.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협력을 한다.

체오름

곡식의 쭉정이를 걸러내는 체처럼 두 팔을 크게 벌려 끌어안은 모양이다. 그리고 젖꼭지처럼 양쪽에 볼록 솟아있다. 스스로 품어 안고 보호하는 자기관리의 상징한다.

거친오름

남북으로 벌어지고 나지막하지만, 못이 있어 살아 있는 정기가 있다. 서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를 상징한다.

가메옥오름

몸체는 작지만, 굼부리는 2개나 있다. 숨은 듯 드러나지 않는다. 가을 억새꽃 물결을 이뤄 전원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보물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식은이오름

웃식은이와 알식은이오름이 하나로 합쳐 이뤄진 몸체다. 두 몸체가 하나의 몸체로 합쳐진 것은 깊은 정과 사랑의 정기가 서려 있다.

북오름

덕천마을을 지키는 작은 오름이지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한다. 서북쪽에서는 단아하고 동쪽에서는 봉긋하고 북쪽에서는 두 팔을 벌린 말굽형 굼부리다. 약점을 잘 극복한 오름처럼 얼마든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

종재기오름

덕천과 송당의 경계인 중간 지점에 있는 오름으로 중심을 잡고 가교역할을 한다. 가교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어대오름

초승달처럼 휘어진 말굽형 굼부리가 마치 임금의 허리에 두르는 물고기 그려진 어대 장식 모양과 같다. 덕천마을 물 공급의 원천이기도 하다. 서로 도와주며 상생을 상징한다.

아부오름

굼부리가 땅 밑으로 더 움푹 파여 있다. 둥근 모양 역시 고대 원형경기장을 연상한다. 아부는 앞쪽의 뜻으로 쓰기도 하고 다정한 아버지처럼 정좌의 뜻으로 쓰기도 한다. 한때 피뿌리풀이 많았었다.

주체오름

무분별한 개발로 원형을 잃은 오름이다. 북오름과 더불어 덕천마을을 지키는 오름이다. 몸이 찢기고 살이 잘려나가는 아픔에도 자기 역할을 다함을 상징한다.

 

우도지역

오름

형상 특성

우도봉

(쇠머리오름)

마치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다. 바람이 많은 곳으로 악천후에도 소처럼 우직하고 끈기 있게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 기상이 있다.

 

 

 

<사진 자료1>

햇볕이 가려진 음지와 햇볕이 비치는 양지가 들풀 위에 뜬다. 이를 동양사상에서는 음양의 조화로운 형상으로 표현한다. 자연 속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고 만물에는 암수가 있고 이들의 조화 속에서 사물이 탄생하고 기운이 형성한다고 봤다. 이의 형상을 음양오행설로 발전시켰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 필자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