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84. 식물치유(16)

식물은 기후 스트레스에도 조절치유한다

식물은 기후 변화에도 민감하다. 기후조건은 식물의 삶에 절대적이다. 초식동물이나 병원체 공격과 같은 생물적 요인보다도 비생물적 환경요인에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은 온난화 등 기후 변화다. 이는 삶의 본질인 생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식자나 병원체의 공격은 식물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지 않는다. 부분적인 먹잇감으로 제공되면서 회복이나 재생의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는 생장을 둔화시키고 최악에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집단적인 고사까지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 등으로 일부 식물들이 멸종의 길에 놓여 있기도 하다. 식물은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인해 갈수록 적응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불볕더위가 닥칠 때도 있고 한파가 몰아칠 때도 있다. 가뭄이 닥쳐 건조 상태가 심할 때도 있다. 비가 많이 내려 흙에 물이 많이 고일 때도 있다. 넘쳐나는 물에 흙이 쓸려가면서 영양분까지 사라지기도 한다. 냉해로 동해를 입을 때도 있다. 이처럼 고르지 못한 날씨에 식물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식물은 기후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안정적 조절치유를 발휘한다.

 

식물은 기후적 요인 외에도 흙이 건조하거나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산성화가 심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빽빽하게 조림을 했을 때는 생장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래 도표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에 여기에서는 고온과 바람, 염분, 대기오염에 의한 스트레스를 중심으로 조절치유를 다룬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

 

요인 분류

내 용

기후적

생물적

인위적

토양적

조림적

고온, 냉해, 바람, 가뭄, 홍수, 폭설, 화산폭발, 자연적 산불 등

병원체, 해충, 초식동물, 기생식물, 착생식물 등

오염, 약제, 답압, 복토, 절토, 인위적 산불, 잘못된 전정 등

건조, 과습, 양분결핍, 극단적 산도, 중금속, 가스 유출 등

경쟁, 심한 간벌, 수확 등

 

기후적 요인으로 가뭄이 들어 비가 내리지 않으면 흙은 건조해진다. 흙이 마르면 식물이 빨아들인 물의 부족으로 잎이 시들고 쪼그라든다. 그러면 식물은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조절치유를 단행한다. 잎의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억제하면서 식량 생산을 줄인다.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햇빛을 받는 잎의 면적도 줄인다. 사계절 건조 여부에 따라서도 잎의 확장을 조절한다.

 

겨울과 봄에 비가 많이 내리고 여름에 건조할 때는 초기 생장을 서두른다. 이른 봄에 서둘러 잎을 키우고 수분을 충분히 빨아들이면서 생장과 번식을 앞당긴다. 만약 여름에 비가 적정하게 내리면 이때는 잎 면적을 키워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고 개화와 번식도 느긋하게 맞춘다. 사계절 내내 건조한 사막의 식물들은 높은 기온에 수분 낭비를 줄이기 위해 기공을 닫은 채 살아가기도 한다. 소나무 등 침엽수도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바늘형 잎으로 무장한다. 그리고 큐틴 성분으로 잎 표면에 왁스층을 윤기 나게 덮어 수분을 보호한다.

 

건조 스트레스가 오래되면 세포 부피까지 줄인다. 팽팽했던 세포의 팽압도 물렁거리는 것처럼 낮아진다. 물기가 빠지면서 세포에 있는 용질은 농축된다. 세포막도 줄어드는 대신 두터워진다. 이외에도 잎의 생장뿐만 아니라 가지의 숫자와 생장까지 줄인다. 잎도 하나씩 제거한다. 잎을 떨어뜨리기 위해 에틸렌 분비가 촉진된다. 식량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조절치유를 통해 살아남으려 한다.

 

뿌리는 조금이라도 물을 더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키운다. 수분 흡수 범위를 넓히면서 수분 확보 전쟁을 벌인다. 건조해진 지표면 근처에 있는 얕은 뿌리는 축소하는 대신에 깊은 뿌리는 덜 건조한 흙 속으로 깊게 파고든다. 그렇게 해도 수분이 부족하면 잎은 어쩔 수 없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든다. 이때부터는 세포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가지, 줄기 등도 서서히 마르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물이 있어도 그 물을 빨아들일 힘이 약해진다. 세포가 쪼그라들고 뿌리마저 딱딱해지면서 흙의 입자로부터 분리된다. 그러면 딱딱하게 만드는 수베린이 뿌리 외부를 덮어 아예 물 흡수를 차단해버린다. 물관부는 공동현상이 생기고 물기둥 장력이 끊기면서 줄기 통로를 따라 물 이동이 단절된다. 더는 조절치유의 힘이 바닥나면서 생명의 끈도 서서히 놓게 된다.

 

심한 건조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해 죽어가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한라산 구상나무를 들 수 있다. 건조 스트레스로 구상나무가 광범위하게 죽어가고 있다. 땅이 얼어붙어 수분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기력이 떨어지고 면역력까지 떨어진다. 병원체들은 이런 기회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말라 죽은 구상나무가 한라산 고산지대를 뒤덮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집단 고사 현장이다.

 

식물은 저온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고온 건조보다는 낫다. 최소한의 수분을 보관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영양분 손실을 최대한 줄이며 조절치유에 매진한다. 체관부 영양분 이동을 억제한다. 물관부에서도 물의 흐름을 줄이면서 동결에 대비한다. 그리고 낭비 요인이 되는 나뭇잎을 제거한다. 광합성 억제로 수분공급까지 제한하면서 뿌리와 줄기만 살린다. 차후를 대비하기 위해 맹아로 영양분을 집중적으로 보낸다. 추위에 얼지 않도록 부동액 성분을 덮어 보호한다. 그렇게 해서 식물은 겨울 휴면 상태에서 저온 저항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기온이 서서히 오르고 봄이 오면 동결상태를 빠르게 풀고 활발한 생장 회복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저온이 갑작스럽게 몰아닥쳤을 때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모든 기능이 얼어붙어 죽기도 한다.

 

흙에 물이 넘쳐 침수됐을 때도 식물은 호흡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산소호흡을 한다. 배수가 양호하고 건강한 흙에서는 산소 농도가 넉넉하다. 그러나 배수가 불량하고 침수된 흙에서는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용해된 산소가 부족하다. 특히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활발한 광합성과 함께 산소 소비도 급증한다. 흙에서 생활하는 미생물의 산소 소비도 덩달아 많아진다. 이때 하루 이상 흙이 침수돼 산소 공급이 막히면 뿌리부터 먼저 손상을 입는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식물은 무호흡까지 하는 조절치유로 버틴다. 그렇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크다. 젖산이나 에탄올 등이 세포질 등에 축적돼 잎의 색이 변하면서 시들고 떨어진다.

 

물론 물이 고여 있는 습지에서 살아가는 식물은 일반 식물과는 다르게 뿌리에 통기조직이라는 큰 공간이 있다. 물에 잠겨 있는 연꽃의 뿌리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줄기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멍이 난 통기조직 속은 기체로 채워져 있다. 흙의 산소가 부족할 때는 통기조직에 저장해뒀던 산소를 뿌리 끝으로 이동시켜 호흡한다.

 

흙의 침수는 산소 공급의 차단뿐만 아니라 흙의 산성화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흙 속에 있는 수많은 무기물질은 식물이 이용할 수 없는 불용성 물질로 바뀐다. 식물이 이용하는 무기물질은 질소, , 칼륨, 칼슘, 마그네슘, , 붕소 등이다. 이들 물질은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또는 이들 무기물질이 빗물에 쓸려가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식물은 무기물질의 부족으로 영양결핍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잎이 시들고 변색하거나 얼룩 반점이 생기면서 비틀림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식물은 자신의 고통을 다양한 형태의 모양으로 표현한다.

 

이외에도 식물은 염분 스트레스도 받는다. 흙에 염분이 축적되면 생장에 장애를 일으킨다. 염분에 적응하지 못한 식물은 수분 불균형이 발생한다. 되레 흙의 무기물질들이 염분에 노출되면서 독성으로 바뀐다. 이로 인해 효소 작용과 단백질 합성이 떨어진다. 잎이 탈색되면서 떨어진다. 반면에 해안지역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은 오히려 고농도 염분에도 잘 자란다. 염생식물들은 뿌리에서 줄기로 나트륨이온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몸속에 염분 농도가 높다. 스스로 염분 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처럼 식물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조절치유하면서 내성을 키우고 적응한다.

 

식물은 오염 스트레스에도 조절치유한다

식물은 대기오염물질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식물은 자연 상태에서 생장하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에 민감하다. 대기 중에 있는 물질이 정상적인 농도 이상으로 존재할 때다. 대기오염물질은 기체나 액체, 고체 형태로 있기도 하고 인공적, 천연적으로도 생긴다. 식물에 피해가 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은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등 황화합물이다. 암모니아 등 질소화합물도 있다. 페놀이나 메탄 등의 탄화수소나 산소화물도 있다. 오존도 있다. 먼지나 중금속 등 미립자 물질도 있다.

 

이런 물질은 잎의 기공을 통해 식물 내부로 들어간다. 독성의 침투다. 잎의 조직 세포를 파괴한다. 이렇게 오염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만성피해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피해는 황화현상이다. 기공 주변의 조직 세포부터 피해가 나타나고 심하면 괴사까지 발생한다. 피해가 더 커지면 엽록체가 파괴되고 초록색은 적갈색으로 변하면서 뒤틀린다. 오존 물질에 노출되면 잎에 주근깨 같은 반점도 생긴다. 산성비를 계속 맞으면 잎 표면에 두껍게 덮여있는 왁스층이 벗겨지면서 영양분 제거와 결핍이 발생한다.

 

심하면 광합성 기능이 떨어지고 탄수화물 식량 생산 부족으로 영양결핍이 나타난다. 갈수록 활력 저하로 건강상태가 나빠진다. 비정상적인 생장이 일어난다. 병든 생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차로 병원체가 침입해 감염을 일으킨다. 작은 기후 변화에도 나약해진다.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 식물군락 전체로 퍼지면서 쇠퇴한다.

 

그렇다고 오염물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싸운다. 식물은 오염물질에 노출돼 병든 조직이 있으면 이곳을 중심으로 에틸렌 화합물질을 다량으로 분비한다. 오염물질에 감염된 잎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함이다. 에틸렌은 꽃의 노쇠, 열매의 성숙, 질병이나 상처 치유, 기후나 오염물질 스트레스에 빠르게 반응하는 물질이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병든 조직을 빠르게 제거한다. 이렇게 식물은 오염물질 스트레스에도 조절치유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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