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90. 나무치유(3)

나무는 흙의 미생물과 연결돼 있다

나무는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세포 자체만으로 에너지를 얻거나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외부 환경에서 원재료를 얻어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무는 뿌리를 만들어 외부의 흙과 연결하고 있다. 물과 무기물질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다. 나무는 뿌리를 통해 물과 무기물질과도 연결돼 있다.

 

나무들로 울창한 숲은 이룬 한라산 숲 치유길에는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다. 흙 바닥에는 제주조릿대가 점령하고 있다. 이들 나무 대부분은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들이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가운데 이곳만큼 좋은 곳도 별로 없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날에는 살결이 즐거워 요동친다. 식량 생산의 절정을 향해 달리는 잎도 짙은 초록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런데 나무는 하나같이 땅에 뿌리를 깊이 박아 흙과 연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나무는 흙 속 돌 틈에 뿌리를 칭칭 감아 고정하고 있다. 그런 나무일수록 건강미가 넘친다. 그렇게 숲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들 사이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다. 뿌리가 땅 위로 솟아올라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쓰러진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줄기와 뿌리는 바싹 말라 있다. 잎도 시들어 모두 떨어져 있다. 초록빛 생명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죽은 나무에서도 아주 작은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울울한 나무가 쓰러지면서도 한 가닥 뿌리가 흙과 연결돼 있었다. 뿌리 전체가 흙과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 연결된 밑동 근처 줄기에서 작은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흙과 연결된 한 가닥 뿌리가 생명의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한 가닥 뿌리로 덩치 큰 나무를 살려내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흙과의 연결과 끊김에서 나무는 생사의 갈림길을 걷고 있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뿌리를 땅속 깊숙이 내린다. 물과 무기물질(영양분)을 잘 흡수하기 위해서다. 뿌리털은 흙의 입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물과 무기물질을 더 많이 빨아들일 수 있도록 흙과의 뿌리 접촉 면적도 넓힌다. 뿌리의 표면도 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뿌리털까지 많이 돋아나 흙과 접촉하는 표면적을 최대로 넓힌다.

 

그렇다고 넉넉하게 무기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용할 것 같은 흙에서도 생각 외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흙이 건조해지면서 수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침수로 물바다가 될 수도 있다. 각종 세균으로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 무기물질이 부족할 수도 있다. 흙도 자연환경 변화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무도 이런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이에 적응하면서 가능한 흙과 끈끈한 연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나무가 흙과 연결하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흙에서 물과 무기물질을 얻어야 광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식량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식량이 충분해야 몸체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나무는 뿌리를 통해 흙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물질은 줄기에 있는 물관부를 따라 잎까지 끌어올린다. 뿌리에서 잎까지 수송통로로 연결돼 있다. 물이 물관부를 따라 잎이 있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은 응집력과 인장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잎의 광합성 작용으로 수분이 증발하면 이에 따라 연결된 물관부에서는 물을 끌어 올리려는 인장력이 생긴다. 그러면 응집력이 강한 물은 뿌리에서 줄기 통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끌어올린 물은 광합성에 이용된 후 수증기로 바뀌고 잎의 기공을 통해 대기로 빠져나간다. 대기로 나온 수증기는 상공으로 올라가 다시 액체인 물로 바꿔 비나 눈으로 내린다. 땅으로 내린 물은 뿌리를 통해 다시 흡수해 에너지 활동에 사용한 후 나머지는 기체로 내보내는 연결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흙에는 물과 무기물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잎이나 줄기, 가지 등 각종 유기물질도 땅에 떨어져 있다. 이들 유기물질에는 탄소가 농축돼 있다. 유기물질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나무 세포벽에 있던 탄소가 생산돼 방출되면 흙으로 돌아간다.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된다. 기름진 흙의 원조는 나무의 세포벽이다. 이렇게 나무의 세포벽과 미생물과 그리고 지구에서의 탄소 순환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구에서의 흙은 미생물의 세계다. 균류에서부터 박테리아, 원생동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흙에서 지구상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게 땅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유기물질을 조각내고 분해하고 다른 생명체가 흡수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 특히 숲속 그늘진 땅에는 버섯류 뿌리 균사체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마치 뇌 속의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 그물망과 흡사할 정도다.

 

만약 흙에 미생물이 없었다면 지구 표면은 유기물질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태계 순환이 끊기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지구로 바뀔 것이다. 미생물들이 있기에 이들의 분해하면서 생산한 무기물질을 다시 나무가 흡수하고 있다. 무기물질은 대부분 미생물이 1차로 가공한 물질이다. 미생물들은 순수한 원소 물질을 더 잘게 쪼개 이온화 상태로 만들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미생물이 유기물질을 분해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이온도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수소이온은 흙의 입자에 부착된다. 뿌리는 이를 흡수한다. 그러함에도 뿌리는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아예 미생물을 데리고 산다. 미생물과 공생한다. 나무와 미생물과의 연결이다. 이 미생물을 균류하고 한다. 뿌리와 공생하고 있다고 해서 균근(菌根)이라고 한다.

 

균근은 균사로 이뤄져 있다. 균사는 뿌리껍질 속으로 들어가 균사망으로 둘러쌓는다. 균근은 뿌리에 붙어 나무가 뿌리로 보낸 탄수화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대신에 균근은 자신이 생활하면서 만들어 낸 무기물질인 이온 물질을 나무에 돌려준다. 다시 말해 균근을 통해 만들어진 이온 물질은 뿌리 세포로 이동하고 물과 함께 물관부를 따라 줄기로 옮겨진다. 그리고 나무의 온몸으로 전달된다. 이처럼 나무와 균근은 흙 속에서 공생관계로 연결돼 있다.

 

질소를 암모늄 이온으로 바꾸는 전문 세균도 있다. 이를 질소 고정이라고 한다. 그래야 뿌리는 이온으로 바꾼 질소를 흡수할 수 있다. 대기에는 질소가 많이 있지만, 산소나 이산화탄소처럼 흡수할 수 없다. 이는 질소 물질의 특성상 쉽게 분리되지 않는 강한 결합력 때문이다. 그래서 뿌리는 이를 흡수하기 위해 미생물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콩과 식물 뿌리에는 혹이 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만든 혹이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이곳에서 살면서 나무가 보내주는 영양분을 받아먹고 대신에 질소를 이온으로 분해해 준다. 뿌리는 분해한 질소 이온을 흡수한다. 이처럼 뿌리는 미생물과 공생관계로 연결돼 있다. 이런 연결은 생태계의 순환과도 맥을 같이 한다.

 

나무는 태양과 연결돼 있다

7월이 오면 나무는 매우 바쁘다. 강렬하게 쏟아지는 질 좋은 햇빛 재료를 이용해 식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새순이 돋고 생장을 하는 것은 거의 멈추고 오로지 식량 생산에만 매진한다. 짙은 초록 잎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생산한 식량은 후대를 이을 씨앗 과일에 차곡차곡 저장하거나 추운 겨울을 보낼 때 쓰기 위해 저장한다. 그리고 새봄이 찾아오면 새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생장하는 데 사용한다.

 

이처럼 나무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태양과 연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나무가 태양과 연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동굴이다. 제주에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동굴이 많다. 동굴 속에는 물은 있어도 햇빛은 차단돼 있다. 늘 어두컴컴하다. 이곳에서는 나무 생명체가 자랄 수 없다. 햇빛 재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굴 틈새 구멍으로 햇빛 한 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돌 틈에서는 연약하고 작은 초록 식물이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었다. 식물이 햇빛과 연결된 것이다.

 

햇빛과 연결된 잎에는 엽록체가 있다. 엽록체에는 빛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녹색 색소조직인 엽록소가 있다. 엽록소는 빛을 흡수하고 전달하고 광합성을 하는 분자다. 이것이 있기에 태양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무는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주의 태양과 연결돼 있다. 그 연결선은 빛이다. 그렇다고 태양이 보내는 햇빛을 다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태양 빛에는 파장이 있다. 바닷물의 파도처럼 높고 낮고 길고 짧은 굴곡이 있다. 태양 빛에도 다양한 파장으로 형성돼 있다. 그런 파장 중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이 있다. 그것이 가시광선이 있다. 파장이 긴 쪽에서 짧은 쪽으로 갈수록 무지개색인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색으로 펼쳐진다. 엽록소는 이들 색 중에 유독 중간 영역에 있는 초록빛인 녹색광을 거부한다. 흡수하지 않고 돌려보낸다. 반면에 적색이나 청색 부분은 받아들여 광합성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우리 눈에는 잎이 녹색으로 보인다. 이 또한 잎과 우리가 색으로 연결돼 있다.

 

잎이 태양 빛을 받을 때 잎에 있는 엽록소 전자들이 들뜨며 흥분한다. 빛이 강할수록, 파장이 짧은 청색 빛일수록 더 심하다. 들떠 있다는 것은 열에너지가 많이 발산하고 있음이다. 이렇게 발산한 열에너지는 주변으로 분산된다. 그러면 열에너지가 약해진다. 흥분됐던 전자들이 누그러진다. 만약에 태양 빛이 약하거나 파장이 적색 빛일 때는 전자의 흥분은 줄어든다. 이처럼 엽록소 전자들은 높은 상태의 흥분과 낮은 상태의 안정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친다. 그러는 과정에서 열에너지는 서로 자극하면서 공명처럼 주변으로 퍼진다.

 

광합성은 나무 몸체에 탄소 유기물질을 만들고 저장하는 과정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얻어 탄수화물로 바꾸는 과정이다. 이를 광합성의 탄소환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최종 산물은 설탕과 녹말이다. 설탕은 나무의 다른 조직으로 수출한다. 반면에 녹말은 잎의 색소체에 저장해 뒀다가 어두울 때 등 광합성을 할 수 없을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설탕으로 분해해 다른 조직으로 수출한다. 나무도 밤낮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의 수출통로는 나무줄기 전역으로 연결된 체관부 통로다. 물관부는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나 무기물질을 수송하는 통로지만 체관부는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설탕 등 식량을 수송하는 통로다. 대사작용을 위해 필요하거나 양분 저장이 필요한 곳에는 가지 끝 어디라도 가리지 않고 수출한다. 이렇게 보낸 식량은 나무의 생장에 쓴다. 물관부와 체관부 사이에는 줄기의 굵기를 키우는 형성층이 있다. 형성층 안쪽에는 물관부가 있고 바깥쪽에는 체관부가 있다. 이렇듯 식량을 수송하는 체관부를 통해 나무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나무는 엽록체를 통한 광합성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무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도 있어 산소를 받아들여 세포호흡을 한다.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놓았던 설탕 등 유기화합물이 에너지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 설탕이나 녹말은 세포질이나 색소체에서 분해해 유기산(피루브산)으로 바꾼다. 미토콘드리아로 들어온 유기산은 산소와 버무려져 산화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생존에 필요한 ATP 화합물을 만들어 저장한다. 이외에도 색소체에 저장된 녹말을 설탕으로 분해해 저장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수출한다. 이렇듯 나무는 태양과 연결돼 있고 대기와도 기체 교환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과의 연결은 곧 생존과 건강 치유를 위한 생명선이며 이의 끊김은 죽음이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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