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98. 나무치유(11)
△ 나무는 마을 정자나무로 연결돼 있다
나무는 제주인들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여겼다. 나무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나무에 의지하고 기댔다. 시원한 여름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함께 했다. 제주인과 가까이했던 대표적인 정자나무는 팽나무다. 팽나무는 제주인과 수백 년 동안 끈끈하게 맺어진 벗이다. 제주인들은 팽나무를 보호하고 팽나무는 마을을 보호했다. 지금도 마을 안길에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훤히 트인 마을을 아늑하게 보호하고 나쁜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팽나무를 마을 안길에 심었다. 그렇게 심어진 마을 팽나무는 자라면서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액운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제주인들은 정자나무로 멀구슬나무도 많이 심었다. 마을 안길은 물론 집안 먼 올레길에도 심었다. 마을 중심에 심어진 멀구슬나무잎은 여름철 무성하게 자란다.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여름철 에어컨 장소다. 어르신들의 쉼터 공간이다. 연보라색 꽃이 피는 시기에는 바람과 어우러진 연화풍이 인다. 마을주민들이 삼삼오오 평상으로 모여들어 수박을 나눠 먹고 장기를 두면서 여름을 즐긴다. 육지에서는 정자나무로 느티나무를 많이 심었다. 1000년이 넘는 노거수도 있다. 수관이 둥그렇게 퍼지고 녹음을 만들기 때문에 느티나무를 선호했다. 산림청은 2000년 들어 밀레니엄 나무로 느티나무를 선정하기도 했다.
△ 나무는 속설로 연결돼 있다
나무는 속설로도 연결돼 있다. 속설은 과학적 근거 없이 민간에서 믿고 지키는 풍습이다. 이처럼 속설은 나무에서도 나타난다. 대나무는 줄기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신통력을 발휘해 적군이 물러가고 질병이나 가뭄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대나무 피리 소리에는 애절하고 슬픈 여인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팝나무는 꽃이 피는 정도를 보고 한해 농사의 풍년을 가늠했다. 꽃의 피는 정도에 따라 풍년과 흉년을 예측했다. 그래서 기상목(氣象木)이라고 했다. 자귀나무는 낮에는 잎을 벌리고 밤에는 오므라드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밤에 잎이 합쳐지는 것에서 부부 금실이 좋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해서 합환수(合歡樹)라고 믿었다. 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고 자도 금실이 좋아진다고 믿었다.
쥐똥나무와 광나무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열매가 거의 같다. 그래서 쥐똥나무 열매가 광나무 열매와 짝을 맺을 때는 남정실(男貞實)이라 했고, 이의 반대로 광나무 열매가 쥐똥나무 열매와 짝을 맺을 때는 여정실(女貞實)이라고 했다. 특히 광나무는 강추위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아 정절을 지키는 여인과 닮았다고 해서 여정목(女貞木)이라고 했다. 탱자나무는 강남의 귤이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아무리 굳어진 사람의 본성이라도 환경이 바뀌면 어쩔 수 없이 바뀐다는 뜻이다. 회화나무는 한 그루에 달린 열매를 모두 따서 하나의 그릇에 담아두면 그중에 반드시 우는 열매가 있는 데 그 우는 열매를 찾아 먹으면 총명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 나무는 우환 방책으로 연결돼 있다
나무는 악귀를 쫓거나 우환을 막는 방책으로도 연결돼 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제주인들은 불행한 일을 당할 때는 자연물에서 그 방책을 찾곤 했다. 그중에서도 나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무마다 갖는 특성을 이용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악재를 막거나 우환과 불행을 예방했고 전염병을 차단했다. 집안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나무방책으로 치유했다. 또는 한해의 농사를 예측하고 풍년을 기원했다.
녹나무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집안에 심지 않았다. 집안에 심으면 냄새가 퍼져 제삿날 조상의 혼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여겼다. 또는 녹나무로 만든 목침 베개를 베고 자면 편안하게 잘 수 있다고 믿었다. 아픈 사람 침상에 녹나무 잎이나 가지를 깔아 그 위에 눕힌 후 환자 방에 불을 지펴 따뜻하게 하면 빨리 회복된다고 여겼다. 물에서 작업하는 해녀들의 물질 도구도 녹나무로 만들어 우환을 예방했다.
<우환을 막는 방책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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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방책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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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 |
독특한 냄새 때문에 집안에 심지 않았다. 냄새 때문에 제삿날 등 조상의 혼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귀신을 쫓아내는 나무로 여겼다. 귀신의 접근을 막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녹나무 목침 베개를 만들어 잤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 침상에 잎이나 가지를 깔아 그 위에 눕힌 후 방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해녀들도 물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환을 막기 위해 녹나무로 만든 물질 도구를 많이 사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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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조선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느티나무 세 그루를 중문에 심으면 세세 부귀를 누리고 신방 서남 간에 심으면 도적을 막는다고 했다. 잎이나 가지를 함부로 꺾으면 노여움을 사서 재앙을 입는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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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목 |
가축우리에 가지를 걸어두면 생식능력을 높여 새끼를 잘 낳고 가축의 아픔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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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환자나무 |
나무를 태우면 진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악한 기운을 없애준다고 믿었다. 생명 연장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연명피라고 했다. 열매로 만든 108개 목주를 헤아려 가면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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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
버드나무는 양기가 세 귀신이 싫어하는 나무로 여겼다. 악귀를 쫓기 위해 가지로 불을 지폈다. 무당도 환자의 몸에 붙은 악귀를 쫓기 위해 가지로 환자의 등을 때렸다. 암꽃은 성욕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집안에 심지 않았다. 늘어진 버들가지는 상을 당해 풀어진 여인의 머리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겼다. 가지로 만든 회초리로 아이를 때리면 성장에 지장을 준다고 했다. 특히 제주에는 무덤 이장지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개장하고 시신을 수습해 옮긴 후 무쇠와 달걀을 땅에 묻고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있는 버드나무를 심었다. 무쇠는 불에 타지 않고 달걀은 눈, 코, 입, 귀가 없어 말을 하지 못하고 버드나무 가지로 맞으면 다리가 뻣뻣해 움직이지 못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무덤을 지키는 삼두구미신이 내려와 무덤 상태를 알아보려고 해도 어떤 말도 듣지 못해 심술을 부리지 못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하면 이장을 해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풍습은 북방민족 몽골에도 있다. 어쩌면 원의 100년 지배를 거치면서 심두구미신 무속신앙으로 제주에 정착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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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나무 |
복숭아는 오복의 정수로 여기고 악귀를 쫓는 열매로 인식했다. 귀신은 복숭아를 무서워하기에 귀신을 쫓거나 액땜을 위해 가지를 꺾어 때렸다. 무당들은 동쪽으로 뻗은 동도지(東桃枝)를 꺾어 들고 휘두르며 악귀를 쫓았다. 부적에 찍는 도장도 복숭아나무다. 제주에서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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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 |
산딸나무꽃은 하늘을 향해 십자 모양으로 하얗게 핀다. 기독교에서는 이 모양 때문에 성스러운 나무로 여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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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
홍역 등 전염병이 유행할 때 뽕나무 표주박을 만들어 목이나 허리에 채워주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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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
소나무는 십장생에 속한다. 전통 혼례 때는 올레 출입구에 소나무나 대나무를 꽂았다. 신랑과 신부가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백년해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을 제의를 할 때나 집안 굿을 할 때도 소나무 가지를 썼다. 소나무로 관을 만들고 개판을 만들어 이승으로 보냈다. 무덤가 둘레에도 소나무로 도래솔을 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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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
대나무는 신을 불러들일 때도 쓴다. 굿의 제차(祭次) 중에 대나무를 이용해 신을 불러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방장대로 대나무를 사용했다. 어머니상에는 머귀나무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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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 |
무시무시한 가시가 귀신을 쫓고 나쁜 기운을 없애준다고 여겼다. 대문이나 기둥에 음나무 가지를 걸어놓았다. 집안의 재앙을 막아주고 복이 깃들게 하는 길상목으로 여겼다. 가지로 노리개를 만들어 역병과 괴질을 예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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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나무 |
잎에는 향기가 있고 가시가 있어 사악한 기운을 막는다고 믿었다. 진흙에 잎을 놓고 이겨 벽에 붙이는 것을 초방이라고 했다. 악귀 침범을 막기 위해 집 울타리에 심었다. 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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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
날카로운 가시가 역병을 막아준다고 여겼다. 무당들이 굿을 하며 귀신을 쫓아낼 때도 탱자나무나 음나무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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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 |
팽나무는 당목으로 많이 사용하기에 집안으로 가져오거나 집에 심는 것을 꺼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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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
땅에 꽂아 둔 가지에서 싹이 나오거나 잎이 늦게 피고 고르게 피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거나 흉년이 들고 고르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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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 |
진한 향기가 혼을 불러들인다고 믿었다. 제례 때 향을 피우고 향물로 손을 씻고 배례했다. 지금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봉행할 때 향물로 손을 씻고 배례한다. 제주인들은 향나무 향이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로 여겼다. 향을 피우면 그 향이 하늘까지 올라간다고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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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
줄기에 코르크질 날개가 있어 이것이 마치 창으로 악귀를 막는다고 여겼다. 귀신이 쓰는 화살이라고 해서 귀전우(鬼箭羽)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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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
음력 2월 4일 호랑가시나무 가지에 정어리 머리를 꿰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으면 악귀가 달아난다고 믿었다. 유럽에서는 예수의 나무로 여겼다. 성탄 장식으로 이 나무를 썼다. |
조상 묘 이장으로 생기는 우환을 없애기 위한 방책으로는 이장지에 버드나무를 심기도 했다. 묘를 개장하고 수습해 옮긴 후에 곧바로 무쇠와 달걀과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있는 버드나무를 심었다. 무쇠는 불에 타지 않고 달걀은 이목구비가 없어 말을 하지 못하고 버드나무 가지는 회초리가 돼 귀신이 맞으면 온몸이 뻣뻣해 움직이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렇게 방책을 쓰면 무덤을 지키는 귀신은 무덤 상태를 알아보려고 해도 알 수가 없어 심술을 부리지 못해 우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시무시한 가시가 달린 탱자나무나 음나무는 역병이나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탱자나무를 집 울타리에 심어 전염병 유입을 차단했다. 음나무는 대문 기둥에 가지를 걸어놓아 집안의 우환을 막고 행복이 깃들도록 했다. 그래서 길상목(吉祥木)이라 했다. 가지로 노리개를 만들어 역병과 괴질을 예방하는 방책으로도 썼다. <태종실록>에도 나무방책으로 역병을 차단했던 기록이 있다. 1406년 태종 6년에 우리나라에 전염병이 창궐해 이를 구제하기 위해 나무를 태워 그 불로 역병을 예방하는 개화령 오행설이 있을 정도였다.
개화령 오행설을 보면 봄에는 푸른색을 띠는 비술나무나 버드나무로, 여름에는 붉은색이 도는 살구나무나 대추나무로, 늦여름에는 황색을 띠는 뽕나무나 꾸지뽕나무로, 가을에는 흰색을 띠는 산유자나무로, 겨울에는 검은색을 띠는 회화나무로 역병을 막았다. 향기가 짙은 초피나무도 사악한 기운을 막는 방책으로 이용했다. 진흙에 잎을 넣고 짓이겨 벽에 붙였다. 이를 초방이라고 했다. 초피나무 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악귀를 쫓는 방책으로 사용했던 나무도 있다. 무환자나무, 화살나무, 호랑가시나무를 들 수 있다. 무환자나무는 불에 태워졌을 때 진한 냄새가 나는 데 이 냄새가 사악한 기운을 없애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나무를 연명피(延命皮)라고 했다. 화살나무는 줄기에 넓적한 코르크질 날개 모양이 있는 데 이것이 마치 악귀를 없애는 화살로 여겼다. 그래서 귀전우(鬼箭羽)라고 했다. 호랑가시나무도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악귀를 쫓는 방책으로 썼다. 복숭아는 귀신이 싫어하는 열매다. 무당이 굿을 할 때 동쪽으로 뻗은 동도지(東桃枝)를 꺾어 들고 휘둘러 악귀를 쫓았다. 아이가 놀랐을 때는 놀람 액땜을 위해 나뭇가지로 아이 등을 두드려 악귀를 쫓았다.
그런가 하면 대나무는 신을 불러들이는 용도로 사용했다. 굿의 제차(祭次) 과정에서 심방은 굿이 행해지는 곳곳에 대나무를 세우고 준비한 가지를 흔들며 신을 불러들였다. 이외에도 대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전통 혼례 때 올레 입구에 세워놓아 신랑 신부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백년해로할 것을 기원했다. 마을 제의 때나 굿을 할 때도 소나무 가지를 즐겨 썼다.
또는 한해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는 이팝나무 기상목(氣象木)도 있다. 이팝나무는 쌀밥처럼 하얗게 핀 꽃의 상태를 보고 그해의 작황을 점쳤다. 산딸나무는 하얀 꽃 모양이 마치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어 성스러운 나무로 여겼다. 느티나무는 생식능력을 높이는 나무로 여겼다. 외양간에 느티나무 가지를 꺾어다 걸어놓으면 새끼를 잘 낳는다고 믿었다. 멀구슬나무는 집안의 안녕을 지키는 나무로 여겼다. 가정마다 먼 올레에 멀구슬나무를 한두 그루 심어 가정을 보호함은 물론 여름철 시원한 그늘 쉼터로 이용했다.
진한 향기가 나는 향나무는 혼을 불러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제주인들은 향이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으로 여겼다. 향을 피우면 그 향이 하늘까지 올라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성을 위해 각종 제례 때 향을 피우고 항물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배례했다. 복숭아는 귀신이 무서워하는 열매로 여겼다. 이처럼 과거 제주인들은 우환을 막거나 안녕을 위해 나무방책치유로 우환의 걱정 근심을 달랬다.
△ 나무는 당목으로 연결돼 있다
제주는 1만8천 신이 있을 정도로 무속 신들의 고향이다. 마을 곳곳에 본향당이 있고 제주인들은 해마다 이곳을 찾아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 본향당에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좌정해 있다. 이 나무는 하늘과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 하늘에 있는 신이 이 나무를 타고 내려와 우리를 보살핀다고 여겼다. 그래서 당목에는 종이돈인 지전(紙錢)을 주렁주렁 걸고 삼색 천인 물색을 걸었다. 또는 아프지 않고 오래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실 한 타래를 걸었다. 새끼줄을 치기도 했다.
본향당에 좌정한 당목은 대부분 팽나무다. 그만큼 팽나무는 제주인들을 보호하는 나무로 여겼다. 제주시 월평동 소재 다라쿳당에도 팽나무가 좌정해 있다. 와산리 마을 본향당 베락당에도 큰 팽나무가 있다. 물론 본향당에 좌정한 나무는 팽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본향당이 자리 잡은 곳의 환경에 따라 알맞은 나무가 당목으로 지정된다. 구실잣밤나무, 푸조나무, 우묵사스레피, 보리밥나무 등도 있다. 제주시 용강동 마을 안녕을 지키는 당목은 수령 250년 넘는 구실잣밤나무다.
해안가에도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당이 있다. 그런데 해안가 나무들은 세찬 바닷바람으로 높게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해안가의 당목은 줄기가 높게 뻗지 못하고 작달막하게 휘어지고 엉클어진 채 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함에도 이런 나무를 당목으로 좌정한다. 해안가 바위틈에서 잘 자라는 우묵사스레피가 대표적이다. 구좌읍 종달리와 한림읍 비양도 해신당 당목이 이 나무다.
이처럼 나무는 그 이용방법을 통해 제주인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 특성에 따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이름을 붙였다.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어 가로수나 정원용으로 활용했다. 생활용품이나 농기구, 가구재, 건축재로 이용하고 나무가 분비하는 물질을 이용해 염료를 추출하거나 약재로 사용했다. 식용할 수 있는 열매나 잎, 꽃, 줄기, 수액도 활용했다. 이외에도 나무에 전설을 입히고 시 등 문학을 붙이고 속설을 담았다. 마을 곳곳에 정자나무를 심어 마을의 안녕을 지킬 수 있도록 했고 당목으로 좌정해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우환을 막기 위해 나무방책을 썼다. 이를 볼 때 제주인들은 나무와 끊을 레야 끊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연결돼 치유하고 있다.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