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99. 숲색채치유(1)

△ 숲색채는 햇빛 작품이다
2025년 5월 어느 맑은 날이다. 햇볕이 따뜻하다. 대기 공간은 투명하고 하얀 백색광으로 넘친다. 하얀색 햇빛이다. 눈으로 들어온 햇빛 색채는 망막을 거쳐 뇌로 들어가 인식한다. 색채로 사물을 확인하고 구별한다. 정오쯤 도심 가까이에 있는 오름으로 발길을 옮긴다. 도심을 벗어나 오름 들머리에 들어선다. 다양한 사물들이 오름 능선을 뒤덮고 있다. 나무가 우거진 곳은 햇빛이 가려진 그늘이다. 음지 그림자 색이다. 그늘이 없는 곳은 양지 밝은 하얀색이다. 이렇듯 햇빛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숲의 색채를 연출한다.

오름 길에는 수많은 사물이 각자 자신의 색을 뽐내며 자라고 있다. 사물의 표면에 나타난 특유한 색채가 다채롭다. 이들의 뽐내는 색채로 사물의 모양과 형체가 구별된다. 그리고 사물들이 뽐내는 색채는 한 가지 색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표출하는 색채는 다양하다. 같은 색이라도 옅은 색이 있는가 하면 짙은 색도 있다. 다채로운 색들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름 들머리 길바닥은 차량 통행의 편리를 위해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시멘트 길은 회색이다. 길 곳곳에는 흙이 묻어 회갈색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시멘트길 가장자리는 흙이다. 흙은 어두운 회갈색이다. 황토색도 섞여 있다. 눈에 보이는 물체의 색들은 하나의 색으로 이뤄지지 않고 농도의 차이를 두면서 다채롭게 배합돼 있다. 길 가장자리 경계에는 돌담도 있다. 돌담은 검회색이다. 제주의 돌은 대부분 현무암이다. 현무암은 검은색에 회색이 혼합돼 있다. 그리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도 있다. 나무 밑동 줄기 껍질 색도 흙색과 비슷한 검회색 계통이다. 

오름 들머리를 따라 오름 중턱에 다다른다. 중턱에는 넓은 잔디광장과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거꾸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운동기구에 누워 하늘을 본다. 태양이 중천에 떠 있다. 햇빛이 하얀빛으로 반짝인다. 햇빛을 받은 하늘은 회색에 파란색이 섞여 있다. 파란색은 선명하지 않고 흐리다. 하늘 곳곳에는 구름도 덩어리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다. 구름은 각자 다른 색이다. 하얀색을 띠는 구름이 있는가 하면 회색 구름도 있다. 구름 모퉁이에는 검회색을 띤 곳도 있다. 저 멀리에는 회색으로 보이는 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오름 중턱에는 잔디와 질경이 등 수많은 식물 초록색이 흙바닥을 덮고 있다. 흙바닥에는 썩어 가는 낙엽도 있다. 짙은 갈색이다. 검은색을 띠는 갈색도 있다. 나무들도 흙으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는 지상으로 뻗어 올린다. 줄기 껍질은 흙과 닮은 어두운 회갈색 계열이다. 흙에서 탄생했기에 그 색과 닮아있다. 그렇지만 나무줄기 색은 나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소나무는 짙은 검회색이다. 아까시나무는 옅은 검회색이다. 동백나무는 회색이다. 

줄기에서 가지를 뻗고 그 끝에 달린 잎들은 초록색이다. 잎의 색채에도 농도 차이가 있다. 이제 갓 피어난 예덕나무 새잎은 붉은빛이 돈다. 새잎 아래에 있는 묵은 잎은 초록색이다. 굴거리나무의 새잎은 연두색이다. 묵은 잎은 짙은 초록색이다. 아까시나무도 마찬가지다. 5월에는 꽃들도 강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까시나무 꽃은 하얀색이다. 감귤나무 꽃도 하얀색이다. 소나무 수꽃은 갈색이다. 철쭉은 짙은 붉은색이다. 

이처럼 숲은 색채로 둘러싸여 있다. 땅에는 갈색계열이 점령하고 하늘과 바다에는 푸른색과 회색 계열이 점령한다. 땅과 하늘 사이에 있는 대기 공간 낮의 색채는 투명한 하얀색 계열과 회색 계열이 지배한다. 밤이 되면 암흑의 검은색으로 휘감는다. 그리고 흙에서 태어난 식물들은 지상의 공간을 차지하며 초록색을 내뿜는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하얀색 등 채도가 높은 꽃의 색들로 곤충을 유혹한다. 

이렇듯 숲색채는 태양이 그려놓은 작품이다. 햇빛이라는 물감으로 색칠하고 있다. 태양이 뿜어내는 햇빛이 숲의 색채를 만들기도 하고 혼합하기도 하고 다채롭게 배색하기도 한다. 마치 큰 붓을 들고 지구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쾌청한 날에는 쾌청한 날에 맞게, 흐린 날에는 흐린 날에 맞게, 비 오는 날에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맞게, 눈이 내리면 하얀 눈에 맞게, 계절이 바뀌면 계절에 맞게 색칠한다. 일출과 일몰에도 그러데이션처럼 색의 농도를 조절한다. 태양의 색칠 작업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매일 매시간 다른 작품이 그려진다. 아무리 많은 그림을 그려도 똑같은 그림이 그리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마다 태양이 그린 작품을 관람하며 산다. 그 그림으로 사물을 구분한다. 봄이면 생명이 움트는 연두색을 감상한다. 여름이면 짙푸른 초록색에 빠져 평온을 찾는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의 넉넉함과 함께 저무는 시간을 아쉬워한다. 겨울에는 조용하게 쉼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매일 태양의 햇빛과 하늘과 땅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숲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감동과 슬픔을 느끼며 치유한다. 순간마다 우리를 마중하는 숲색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원리를 살펴본다. 숲색채가 만들어는 데는 어떤 재료들이 배합되고 있는지도 알아본다. 그리고 숲색채는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에 따른 치유 효과도 살펴본다.

△ 숲색채는 햇빛 파장이다
지상에 있는 모든 사물의 색채는 햇빛의 작품이다. 무생물의 색채도, 생물의 색채도 마찬가지다. 햇빛은 태양이 핵융합을 통해 끊임없이 분출하는 에너지다. 이 에너지 햇빛은 우주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태양에서 1억5천만㎞나 떨어진 지구 표면까지 도달한다.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8분 정도 걸린다. 지표면에 도달한 햇빛은 다시 반사돼 우주로 돌아간다. 그런데 햇빛이 지구로 들어오는 과정에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지구 상공에는 수증기를 비롯해 미세먼지·산소 등 수많은 공기 기체물질이 있다. 이들 물질을 통틀어 입자라고 한다. 이들 입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지구의 물질은 입자와 파동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햇빛은 지구로 들어오는 긴 여행과정에서 이런 입자 물질들과 만나 부딪히고 흩어진다.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만약 지구 공간이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공간으로 이뤄졌다면 햇빛이 지구로 들어오는 길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곧바로 들어올 것이다. 아무런 입자 장애물을 받지 않고 진공 상태에서 빠르게 통과한다. 그러면 다양한 크기의 햇빛 파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햇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채도 없다. 모든 빛의 파장은 일사불란하게 그대로 지나가면서 백색 광선만이 나타날 뿐이다. 

대기 공간에는 수많은 입자 물질이 있기에 그래서 다행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햇빛 파장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색채는 물론 소리까지 전달한다. 햇빛 파장은 지표면으로 들어오는 동안 대기 중의 수많은 입자 물질과 만나면 그 입자 물질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어떤 입자를 만나면 햇빛 파장은 그 입자 물질에 흡수돼 사라진다. 어떤 입자에서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채 통과하고 지나간다. 어떤 입자에서는 가로막혀 그 자리에서 퍼지고 흩어져 산란한다. 어떤 입자에서는 꺾이고 굴절한다. 어떤 입자에서는 완전히 가로막혀 반사한다. 이처럼 햇빛은 입자 물질 성질에 따라 다양한 파장을 형성한다. 

지표면에 닿은 햇빛 파장은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다시 할 일이 남아 있다. 땅 위에 있는 수많은 물체와도 만난다. 하늘과도 만나고 식물과도 만나고 땅과도 만나고 바다와도 만난다. 심지어 사람과도 만난다. 여기에서도 햇빛 파장은 만나는 물체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를 만든다. 물체가 갖는 성질에 따라 햇빛 파장은 굴절하기도 하고 산란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고 반사하기도 하고 통과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색채가 나타난다. 이처럼 햇빛은 지구의 모든 영역에서 색채를 만들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고생 끝의 아름다움이다. 

햇빛이 비치는 온 세상은 아름다운 색채로 뒤덮여 있다. 하늘도 그렇고 땅도 그렇다. 바다도 그렇고 숲도 그렇다. 걸어 다니는 길도 그렇고 경계를 이루는 돌담도 그렇다. 흙에서 자라는 식물도 그렇다. 그야말로 다채로운 색채로 둘러싸여 있다. 만약에 햇빛이 없으면 자연 색채도 없다. 햇빛과 색채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숲색채를 만드는 햇빛 파장은 그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크기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광선 파장으로 이뤄져 있다. 파장이 가장 긴 극저주파에서부터 가장 짧은 감마선이 그것이다. 파장이 길다는 것은 1초당 진동 주파수가 적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파장이 짧다는 것은 1초당 진동 주파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파장이 짧은 상태에서는 진동 횟수가 그만큼 긴밀하게 움직이면서 많아진다. 이에 따라 높은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이런 기준에 따라 햇빛 파장은 긴 파장부터 짧은 파장까지 라디오파, TV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순으로 파장의 크기가 형성돼 있다. 우리는 이런 파장을 다양한 기술에 적용해 사용한다. 의학 분야는 물론 통신 및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정보연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적외선은 야간 관측용 장비에 사용한다. 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에 사용해 음식을 데우는 데 사용한다. 물 분자를 진동하고 데운다. 라디오파는 휴대전화 등 통신 장비에 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은 원자 속의 전자를 튕겨 나가게 하는 위력이 있어 분자의 화학결합을 파괴한다.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유전자물질 DNA에 닿으면 DNA 분자 속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감마선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햇빛 파장 중에 자외선은 피부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외선은 햇빛이 지구로 들어올 때 오존층이 있는 대기 상공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오존층이 자외선을 빨아먹고 있다. 그렇지만 오존층 파괴 등으로 자외선 일부가 지상으로까지 들어오면서 피부에 해를 입히기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오존층 지수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햇빛 파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의 일부인 가시광선이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광선 파장이다. 그래서 가시광선이다. 나머지 파장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오랜 기간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중요하지 않고 불필요한 광선 파장은 퇴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존하며 사는 데 불필요한 파장은 눈에 보이지 않도록 제거했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파장만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켰다. 그것이 수많은 햇빛 광선 중에 오직 가시광선만 눈에 보이도록 특화했다. 햇빛이 강하게 비치는 날 숲속에 들어가면 나무 사이를 뚫고 긴 선을 그리며 직선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의 범위는 약 380㎚에서 780㎚ 사이다. 가시광선을 다시 세분화하면 긴 파장에서부터 짧은 파장에 이르기까지 파장에 따라 7가지 광선 색이 있다. 이는 스펙트럼을 통해 확인된다. 일명 무지개색인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이 그것이다. 이 중에 빨간색 파장이 가장 긴 640~780㎚다. 다음은 주황색 계열로 590~640㎚다. 노란색 계열은 560~590㎚이고 초록색 계열은 480~560㎚다. 파란색 계열은 440~480㎚, 남색 계열은 400~440㎚, 보라색 계열은 360~400㎚다.

이처럼 햇빛 파장이 다르다는 것은 색채가 다채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7가지 무지개색이 그것이다. 무지개색은 또다시 색과 색을 서로 배합하거나 조합할 수 있다. 그러면 수만 가지의 색이 만들어진다. 실제 색의 3요소인 색상과 채도, 명도만을 고려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조합의 색은 2천만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색상만 200가지에 이른다. 채도는 20가지다. 명도는 500가지다. 이들을 서로 조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색은 무수히 많음을 알 수 있다. 나뭇잎 색채 하나만 보더라도 연한 초록색이 있는가 하면 중간 톤의 초록색도 있고 진한 초록색도 있다. 

또는 햇빛 파장의 차이에 따라 밝은색과 어두운색도 있다. 발고 어두운 명도 차이다. 파장이 긴 빨간색이나 분홍색, 노란색 계열은 밝은색인 데 비해 파장이 짧은 파란색, 보라색 계열은 어두운색이다. 그리고 파장의 중심에 있는 초록색 계열은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중간색이다. 중심과 균형을 이루는 색이다. 그래서 숲의 색채는 매우 다채롭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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