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101. 숲색채치유(3)
△ 숲색채는 색소 물감이다
지금까지는 대기 중에 있는 입자 물질 작용에 따라 햇빛 파장 색채가 바뀌는 현상을 알아봤다. 이제부터는 형체가 있는 사물의 색채는 어떻게 돼 있고 나타나는지를 알아본다. 우리는 길을 걷거나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등 모든 상황에서 눈으로 보고 그 사물을 인식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한다. 사물을 인식할 때 우리는 밝게 비치는 햇빛으로 그 사물의 색채를 본다. 그 후에 그 사물이 어떤 사물인지를 인지한다.
사물에는 무생물과 생물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모두 각기 고유한 색소를 가지고 있다. 단지 무생물은 거의 변하지 않는 색소를 가지는 데 비해 생물은 계절과 기온 변화 등에 따라 색소가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무생물로는 흙과 돌이 있다. 흙은 돌가루로 만들어졌다. 오랜 기간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가루가 된 것이다. 제주의 흙은 대부분 현무암이 가루가 돼서 만들어진 흙이다.
흙에는 낙엽은 물론 수많은 퇴적물이 쌓여 있다. 이뿐만 아니라 흙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도 있다. 이들이 각종 퇴적물을 분해한다. 그래서 흙은 모든 생명의 마지막을 거둔다. 그에 따라 흙의 색채는 어둡다. 이처럼 무생물은 자연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색채도 연한 색에서 진한 색으로 변한다. 그러함에도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 색채는 물질 성질이 변하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한다. 흙의 대표적인 색채는 회갈색이다. 회갈색을 기준으로 농도가 짙으면 흑갈색이 되고 옅으면 황갈색이 된다.
흙이 회갈색으로 보이는 것은 흙의 색소 때문이다. 햇빛 파장이 흙이나 돌에 부딪히면 흙 색소 영향을 받은 햇빛은 파장이 짧은 어두운색 계열인 파란색이나 보라색 파장은 덜 흡수해 반사하거나 산란한다. 반면에 파장이 긴 밝은색 계열인 빨간색이나 노란색 파장은 흙으로 흡수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흙이나 돌 같은 무생물 물체는 그 물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색소에 따라 햇빛 파장이 반사되거나 흡수되면서 물체 색채가 드러난다. 물체 고유 색소에 맞게 나타난다.
그러나 밤에는 물체 색을 구분해주는 햇빛 파장이 없기에 물체는 물론 세상 전체가 검은색으로 바뀐다. 그러나 햇빛이 있는 낮에는 흙이나 돌, 낙엽에 햇빛 파장이 부딪히면 물체 고유 색소는 반사해 뱉어내고 나머지 다른 햇빛 파장은 흡수해 삼켜버렸기 때문에 물체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 색소 색채만 우리 눈에 보인다.
반면에 살아 있는 생물은 무생물과는 조금 다르다. 숲에서 대표적인 생물로는 식물이 있다. 식물 중에서 숲을 이루는 것은 나무다. 나무는 흙에서 나고 흙에 뿌리를 내리며 자란다. 그래서 태어난 고향의 색채를 줄기 껍질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나무줄기 껍질 색채가 흙의 색채처럼 어두운 흑갈색이나 회갈색을 띤다. 반면에 잎이나 꽃은 그렇지 않다. 잎은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갈색이나 붉은색 단풍으로 바뀐다. 그리고 땅에 떨어져 흑갈색이 되면서 썩어 사라진다.
꽃은 잎보다 더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장식한다. 밝은색인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낼 수 있는 것은 꽃마다 가지는 고유한 색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잎이나 줄기, 가지에도 고유한 색소가 있다. 색소는 세포 속에 들어있는 색소체에서 만들어진다. 색소체는 사람은 물론 모든 동물에게 있다. 사람의 피부색이 갈색을 띠는 것도 해당 색소체가 있기 때문이다.
식물 잎의 푸른색 색소는 본래 햇빛에서 시작됐다. 지구 역사상 최초로 광합성을 한 생명체가 식물의 원조인 남조류다. 대략 30~40억 년 전에 남조류 단세포 생명체는 바다에서 생활했다.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에너지 소비량도 많아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에너지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남조류는 오늘날 초록색을 만들며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 진화했다. 식물 세포에 있는 엽록소 색소가 그것이다. 엽록소는 햇빛을 쫓아 필요한 파장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일으켜 식량을 생산한다.
그만큼 광합성에는 엽록소 역할이 크다. 엽록소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햇빛 파장을 강하게 흡수해 광합성 재료로 쓴다. 설탕과 녹말을 생산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반면에 초록색은 반사해 배출한다. 그것이 잎에 쌓여 있는 초록색이다. 봄의 연두색 잎은 광합성을 덜 한 어린잎이다. 어린잎 연두색은 여름이 짙어갈수록 진한 초록색으로 바뀐다. 광합성 공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음이다. 이처럼 식물 잎의 초록색은 광합성 과정에서 뱉어낸 부산물이다.
식물은 초록색 엽록소 이외에 다른 색채도 많다. 꽃이나 열매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색채를 활용했다. 꽃은 번식 때문에 더 그랬다. 후대를 남기지 못하면 그 개체는 멸종이다. 식물도 종족 번식만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꽃과 열매에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강렬한 색채를 넣어 매개체를 유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5억 년쯤 지구상에는 많은 식물이 탄생하고 퍼져나갔다.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살아남기 경쟁은 치열했다. 자기 몸을 지키면서 후대를 남겨야 했다. 이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다채로운 색채를 이용했다. 번식에 유익한 곤충을 유혹했다. 자신을 해치는 해로운 동물은 독성 색소를 이용해 방어했다. 초식동물의 먹잇감 방어나 세균 침입을 막는 데도 이용했다. 이외에도 자외선을 차단해 꽃과 열매를 보호했다. 그만큼 식물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색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색채 다양성을 가져왔다.
그렇게 진화한 식물은 자신에 맞는 특정 색소를 발달시켰다. 식물의 대표적인 색소는 카로티노이드와 플라보노이드 색소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거의 모든 동식물에 있다. 색소를 만드는 중심 물질이다. 카로티노이드는 산소를 합류하지 않는 카로틴류와 산소를 합류한 크산토필류로 나눈다. 색채는 대표적으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 누런색 계열을 갖는다. 초록색 잎이 단풍들 때는 광합성으로 쌓여 있던 엽록소 초록색이 분해하면서 사라진다. 그리고 본래 색채인 카로티노이드 주황색 색소만 남는다. 카로티노이드 계열 중에 잔토필은 노란색 색소다. 은행나무가 대표적이다.
플라보노이드 색소는 탄소골격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색소 종류가 수천 가지에 이른다. 플라보노이드 색소 중에 가장 대표적인 색소가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 색소가 있기에 꽃과 잎과 열매에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다. 붉은색, 보라색, 청색을 만든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아 꽃물이나 하얀색 그릇에 고춧가루 붉은색이 물드는 것은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이다. 수국 꽃도 흙의 수소이온 농도(pH)에 따라 안토시아닌의 작용으로 색깔이 변한다. 중성일 때는 하얀색, 산성일 때는 푸른색, 알칼리성(염기성)일 때는 붉은색으로 바뀐다.
이외에도 탄닌은 덜 익은 초록색 열매에 많다. 떫은맛이 난다. 열매가 익어가면 탄닌 물질이 사라지면서 황갈색으로 변한다. 꽃 중에는 하얀색을 띠는 꽃도 있다. 하얀색은 특별한 색소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특징적인 색소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식물의 색소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색소가 합쳐지면서 다채로운 색채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식물은 수많은 색채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풍 색채 및 색소와 수종>
| 단풍 색채 | 색소 | 수종 |
| 붉은색 | 안토시아닌 | 단풍나무, 붉나무, 옻나무, 화살나무, 벚나무 |
| 노란색 | 카로티노이드, 잔토필 | 은행나무, 자작나무, 낙엽송, 백합나무 |
| 오렌지색 |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 단풍나무류 |
| 황갈색 | 카로티노이드, 타닌 | 플라타너스, 침엽수, 목련, 참나무류 |
| 하얀색 | - | 특별한 색소가 부족할 때 |
| * 자료: 산림청 산림치유지도사 1급 양성교재. 2014. p208. 참조 | ||
위의 <단풍 색채 및 색소와 수종> 도표를 보면 단풍색에는 기존에 있었던 초록색은 사라지고 없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광합성 작용이 중단되고 나뭇잎에 있던 엽록소도 파괴돼 사라졌다. 초록색 뒤에 숨어 있던 본래 나뭇잎 색채가 드러난다. 본래 색채인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노출됐다. 이외에도 나무가 새로운 색소를 직접 합성해 뽐내기도 한다. 화려한 단풍색을 띠는 나무들이 그렇다.
붉은색 단풍은 본래 가지고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안토시아닌 색소를 합성해 만들었다. 노란색 단풍은 카로티노이드와 잔토필 색소의 합성이다. 황갈색 단풍은 카로티노이드와 탄닌 색소의 합성이다. 합성 비율에서도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많으면 노란색을 띠고 산소를 합류한 크산토필 함량이 많으면 주홍색을 띤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붉은색이 선명하다. 이외에도 식물은 기상조건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