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106. 숲향기치유(2)

한영조 제주숲치유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 숲향기는 정유 성분 피톤치드다
 숲향기를 다른 용어로 표현하면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식물마다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고 분비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을 총칭하는 말이다. 물론 광의적으로 볼 때는 비활성 화합물질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숲향기 피톤치드는 휘발성 화합물질만을 의미한다. 휘발성이라는 것은 정유 성분이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공기에 노출되면 정유 성분 액체는 곧바로 기체로 변하면서 대기 중으로 날아가 흩어진다. 그렇다고 그 농도가 많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바로 느끼지 못할 만큼 매우 적다.

그래서 피톤치드(phytoncide) 용어는 식물(phyton)과 죽인다(cide)로 구성된 합성어다. 1930년경 러시아의 학자 토킨 박사가 학술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휘발성 화합물질을 내보낸다. 그런데 이 물질은 아메바 등 원생생물이나 결핵균 등 병원체를 죽이는 성질이 있다. 반면에 이 물질로 인해 숲은 쾌적해지고 사람에게는 이로움을 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토킨 박사도 식물이 포식자나 병원체의 공격을 방어하고 경쟁자의 생장을 억제하기 위해 방출하는 휘발성 화합물을 피톤치드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식물에 따라서는 휘발성뿐만 아니라 비휘발성 물질도 분비한다. 예를 들면 알칼로이드나 플라보노이드, 페놀성 화합물질 등이다. 이런 비휘발성 화합물질도 식물이 생존을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광의적으로는 피톤치드에 포함된다. 그렇지만 비휘발성 화합물질은 숲속 공기 중에 녹아 있을 수 없다. 정유 성분처럼 공기를 만나면 기체로 변하면서 녹아 흩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톤치드는 숲에 녹아 퍼질 수 있는 정유 성분 휘발성 화합물질로 한정한다.

정유 성분은 식물이 화합물 합성으로 만든다. 이렇게 합성된 정유 성분은 액체 상태로 식물체 내 정유 샘에 저장된다. 정유 성분은 식물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많이 만들어 저장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아예 만들지 못하는 식물도 있다. 그래서 숲속에 피톤치드 발산량이 많다는 것은 그 숲을 이루는 식물이 정유 성분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나무가 숲을 이루면 그 숲에는 정유 성분이 많이 녹아 있게 된다.

종류가 같은 나무는 정유 성분 분비량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기온이 오르고 내리거나 계절적 차이에 따라 정유 성분 분비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온이 올라가면 식물체 내 정유 샘이 열리면서 발산한다. 액체 상태였던 정유 성분은 공기와 만나 기체로 변하고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기온이 내려가면 정유 성분은 외부로 발산하는 양은 줄이고 대신에 식물체 내 정유 샘을 따라 각 기관의 표면 조직 세포로 이동해 저장한다. 꽃에도, 잎에도, 가지에도, 줄기에도, 뿌리에도 저장해 방어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정유 성분은 기름 성분이기에 물에 녹지 않는다. 물보다 가벼워 물에 뜬다. 그 비중은 0.7에서 1.07까지 범위다. 정유 성분은 온도에 따라 끓기도 한다. 끓기 시작하는 비점 온도는 최저 70℃에서 최고 350℃에 이른다. 이처럼 비점 온도는 정유 성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 숲향기 핵심 물질은 테르펜이다
식물이 분비하는 피톤치드 정유 성분은 테르펜류가 주종을 이룬다. 식물이 분비하는 수많은 유기화합물질 중에 60% 정도가 테르펜류다. 그만큼 테르펜류가 많다. 식물은 2차 대사 방어물질로 테르펜을 분비한다. 대부분 향기가 나는 방향성 물질이다. 식물의 세포질이나 색소체에서 무수한 형태로 합성한다. 나뭇잎을 뜯었을 때 방어물질이 그것이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에도 있다. 박하나 유칼립투스의 향기 성분에도 있고 계피나 생강의 맛 성분에도 있다. 병원체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국화꽃에서도 분비한다. 당근의 황색소, 토마토의 적색소 등에도 있다. 식물마다 각기 다른 테르펜을 분비해 포식자의 접근을 막는다.

테르펜은 식물끼리 살기 위해 경쟁하고 방어하고 공격하는 물질이다. 때로는 꽃 수정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향기 물질로도 이용한다. 식물의 생리 작용이다. 정유 성분 테르펜 종류를 보면 탄화수소류를 기본으로 알코올류, 에스테르류, 페놀, 케톤, 알칼로이드, 배당제 등 매우 다양하다. 

테르펜의 화학구조는 탄화수소와 같은 탄소 골격을 가지고 있다. 탄소 골격은 이소프렌 결합 분자다. 가장 단순한 기본 테르펜 화학구조는 이소프렌 1단위로 구성된 헤미테르펜이다. 이소프렌 2단위로 구성된 것은 모노테르펜이다. 상온에서 액체이며 방향성 물질이다. 모노테르펜 종류로는 시네올, 피넨, 알파피넨, 사비넨, 미르센 등이다. 레몬·감귤껍질·포도 등에 있는 리모넨도 있다. 그 향기가 부드러워 사람들이 선호한다. 

모노테르펜은 바늘잎나무(침엽수)에 유독 많다. 편백과 삼나무는 모노테르펜 중에 알파피넨 물질을 가장 많이 분비해 강력한 살균작용을 한다. 다른 식물의 접근을 막는 타감작용도 한다. 흙에 있는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흡수하기 위한 탈취나 살충 물질로도 사용한다. 테르펜 물질이 생리 작용으로 쓰인다.

3단위 이소프렌은 세스퀴테르펜이다. 세스퀴테르펜 종류에는 세드롤, 히오키티올 등이 있다. 세드롤 정유 성분은 삼나무에서도 추출된다. 4단위는 다이테르펜이다. 다이테르펜 종류에는 지베렐린, 레티놀, 주목에서 분비되는 탁솔 등이 있다. 5단위는 세스티테르펜, 6단위는 트리테르펜으로 독성물질이며 곤충을 죽인다. 이외에 이소프렌 단위 기준에서 벗어난 테르펜류도 일부 있다. 폴리테르펜은 수액, 나무진, 식물에서 나는 라텍스(고무) 물질 등이다.

△ 테르펜은 병원균을 죽인다
정유 성분 휘발성 화합물질 테르펜은 피톤치드의 주요 화합물질이다. 식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물질이다. 공기 중에 녹아들어 독성물질로 변하면서 병원균을 죽인다. 특정 균만을 선택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를 골고루 죽이는 광범위한 살충 물질이다. 상처 난 피부에서 발생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폐렴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 가려움증과 질염을 일으키는 칸디다균, 병원에서 감염되는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 집먼지진드기를 죽인다. 

병원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작용도 한다. 병원균에는 박테리아 세균이나 곰팡이 진균이 있다. 편백의 잎에 있는 정유 물질 테르펜은 푸른곰팡이 생장을 억제한다. 그렇지만 체격이 큰 동물이나 사람은 테르펜 정유 성분을 흡수해도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생리적으로 활력을 증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 효과가 있다.

△ 테르펜은 악취를 없앤다
우리는 수많은 냄새 물질 속에서 살고 있다. 냄새 물질은 물리적 작용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서로 합쳐져 새로운 냄새 물질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렇듯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대기 중에는 40만여 종의 냄새 물질이 떠다니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사람들이 코로 맡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냄새를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이를 오취(五臭)라고 한다. 누린내인 조(臊)가 있다. 타는 냄새인 초(焦)도 있다. 좋은 향기를 내는 향(香)도 있다. 비린내인 성(腥)도 있다. 썩은 내가 나는 부(腐)도 있다. 

오취 중에서도 썩은 냄새 악취는 코로 맡을 수 없을 만큼 역겹다. 이들 악취물질은 또다시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암모니아 물질은 화장실이나 양계장에서 나는 분변 냄새다. 황화수소 물질은 달걀 썩는 냄새다. 메틸메르캡탄 물질은 밭에서 재배된 온갖 나물이 썩는 냄새다. 트리메틸아민 물질은 생선 썩는 냄새다. 이런 악취물질들은 대기의 기체와 섞이면서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그러나 그 농도가 낮아 악취가 있는 듯 없는 듯 우리는 생활하고 있다.

숲의 흙에서도 수많은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 물질이 있다. 수많은 냄새 물질로 뒤엉켜 있다. 나뭇가지는 물론 해마다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땅바닥에 수북하게 쌓인다. 때로는 동물 사체도 있다. 이런 냄새 물질은 미생물들에 의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없애기도 한다. 자연적인 순환에 따라 냄새 물질을 중화하기도 한다. 또는 식물이 방출하는 테르펜 물질에 숲의 냄새를 희석하거나 없애기도 한다. 숲의 냄새 물질을 흡수하기도 하고 다른 냄새 물질로 덮어씌워 피복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테르펜에 의해서도 소취와 탈취가 일어나고 숲은 쾌적한 환경으로 정화된다. 실제 악취물질은 테르펜 물질과 만나면 아미노산과 비슷한 구조로 바뀌면서 악취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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