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110. 숲소리치유(2)

△ 숲소리는 매질의 움직임이다
소리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지상에는 들판처럼 탁 트인 공간이 있는가 하면 숲속처럼 수많은 나무는 물론 바위, 오름, 능선 등의 지형으로 얽혀 있다. 도심에는 건축물이 큰 기둥처럼 서 있다.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은 이런 장애물을 만나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뿐만 아니라 날씨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건조할 때와 습할 때 매질의 상태는 달라진다. 이에 따라 소리의 전달력도 달라진다.

실제 크기가 같은 소리라도 건물 벽으로 둘러싸인 방안에서와 벽이 없는 운동장에서 들리는 소리의 크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은 공간 방에서는 소리 매질 파동이 방의 벽에 가로막혀 퍼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온다. 나무로 가득 찬 숲속에서는 나무나 오름 능선 등의 지형 등의 장벽으로 소리 일부가 돌아와 들린다. 매질 파동이 돌아와 메아리가 된다. 동굴 속에서도 소리 매질이 동굴 벽에 부딪혀 반사돼 울림소리가 난다. 반면에 운동장에서는 소리 매질 파동을 막아주는 장애물이 없기에 그대로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이처럼 소리는 장애물 환경 상태에 따라 반사해 돌아오기도 하고 흡수되기도 하고 회절하기도 한다. 또는 간섭을 받기도 한다. 소리의 반사는 단단하고 평평한 벽면일수록 잘 일어난다. 소리 매질이 벽면에 부딪히면 끝나는 지점에서 파동이 바뀌면서 되돌아온다. 소리의 흡수는 매질 파동이 장애물에 닿으면 물질에 스며들어 그 움직임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소리 세기가 감소한다. 숲에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 가지는 소리를 흡수한다. 습기가 있는 대기 중의 입자나 흙도 흡수한다. 

소리 매질은 오름 등 곡선 지형을 만나면 회절한다. 회절은 소리 매질이 장애물을 만나면 그 장애물을 돌아가거나 넘어가는 현상이다. 또는 장애물의 모서리 작은 틈을 통과해 퍼져나간다. 직선 경로를 벗어나 돌아간다. 회절은 파동이 짧은 고주파보다 파동이 긴 저주파일 때 잘 일어난다. 직선적이고 평면으로 된 벽에서는 반사가 잘 되는 대신에 지형이 곡선처럼 둥근 모양일 때는 회절이나 산란이 잘 일어난다. 작은 소리로 말할 때 벽 뒤쪽에서 더 잘 들리는 경우가 그런 이유다. 또는 방에 있으면서도 저 멀리서 개 짖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도 그런 원리다.

소리 파동에는 간섭도 있다. 두 개 이상의 소리 파장이 같은 공간에서 만날 때 파동끼리 더해지거나 상쇄되면서 새로운 소리로 바뀌는 현상이다. 산속에서 소리 간섭 현상이 잘 일어난다. 산마루와 마루가 겹치는 곳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산골짜기와 골짜기가 겹치는 곳에서는 작게 들린다. 다시 말해 소리의 파동 크기가 서로 보강돼 커지기도 하고 상쇄돼 약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숲에서는 소리의 간섭이 심하게 일어난다.

이외에도 소리 매질은 온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덥고 건조할 때는 매질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러면 소리 전달도 그만큼 잘 된다. 반면에 습하거나 축축하면 매질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소리 전달 역시 느려진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들판에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불러도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실제로 공기 온도가 0℃에서 소리는 초속 약 330㎧의 속도로 전달된다. 이를 시속으로 바꾸면 약 1,188㎞/s가 된다. 그리고 0℃에서부터 온도가 1℃ 올라갈수록 소리의 속도는 0.6㎧씩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20℃라고 하면 소리의 속도는 342㎧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소리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빛의 속도의 1백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리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느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때는 천둥이다. 천둥이 칠 때 먼저 번개 빛이 번쩍거린 후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우르릉 꽝’ 하면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빛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숲소리에는 높낮이가 있다
소리 매질이 움직이는 파동에는 물리적으로 다양한 힘이 작용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소리가 난다. 이 중에는 진동수에 의한 소리가 있는가 하면 진동폭에 의한 소리도 있다. 다시 말해 소리에는 높고 낮은 소리가 있는 반면에 크고 작은 소리도 있다. 전자와 후자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파동의 진동수를 뜻한다. 다른 말로는 주파수다. 파동의 진동수를 줄여서 음파라고도 한다. 진동수는 1초에 몇 번 진동했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1초에 1번 진동하면 그 진동수는 1회/초가 된다. 1초에 2번 진동하면 2회/초가 된다. 진동수의 단위는 헤르츠(㎐)다. 1회/초로 진동했다면 1㎐다. 1초에 20회 진동했다면 20㎐다. 음악에서 기본음 도의 진동수는 524㎐다. 이보다 1옥타브 높은 도는 이의 2배인 1048㎐다.

그리고 한 번 진동할 때마다 걸리는 시간을 주기라고 한다. 20㎐는 1초에 20번 진동했기 때문에 주기는 20분의 1초가 된다. 한 번의 주기에 0.05초가 걸린 것이다. 주기는 진동수(주파수)의 역수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진동수가 빠르면 높은 소리가 난다. 고주파다. 반면에 진동수가 느리면 낮은 소리가 난다. 저주파다. 소리가 높다는 말은 진동수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가 낮다는 것은 진동수가 느리다는 것을 뜻한다(도표 참조). 

<소리 진동수와 진동폭 비교>

분류

진동수(주파수)

진동폭(진폭)

정의

1초당 진동 횟수

진동의 크기, 세기

단위

헤르츠()

데시벨()

특성

소리의 높낮이(고음/저음)

소리의 크기(음량:크고/작음)

특징

진동수 빠를수록 높은 소리, 느릴수록 낮은 소리

진동폭 클수록 소리가 크고 작을수록 작게 들림

: 20

1초에 20번 진동하는 소리(진동수가 느려 낮은 저음)

20소리라도 진동폭이 크면 크게, 작으면 조용하게 들림

 

반면에 진동폭은 진동의 크기다. 진폭이라고 한다. 높고 낮은 소리의 개념이 아니라 크고 센 개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책상을 주먹으로 세게 친다. 그러면 책상에서 ‘쿵’하고 큰 소리가 난다. 약하게 치면 ‘툭’하고 작은 소리가 난다. 이처럼 세게 쳤을 때는 책상에 부딪히는 힘이 강해지면서 주변의 공기의 흔들림이 큰 폭으로 진동한다. 큰 소리는 매질 진폭이 크게 움직인다. 그렇게 전달된 큰 진폭은 우리의 고막을 세게 때려 큰 소리로 들린다. 만약에 진폭이 작을 때는 작고 조용하게 들린다. 그래서 진폭의 단위는 진동수와 구별하기 위해 데시벨(㏈)을 사용한다. 

특히 진폭이 커지면 공기 압력의 변화도 커진다. 매질의 움직임, 즉 음파가 커진다. 그만큼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음파가 커지면 압력도 커진다. 이를 음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진폭이 클수록 음압이 세지면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이유다. 그래서 음압을 소리 세기의 기준으로 삼는다. 건강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의 압력으로 1,000㎐의 주파수다. 이를 가청한계 소리라고 한다. 이 ㎐값을 진폭 ㏈로 변환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값은 0㏈이다. 그렇지만 ㎐와 ㏈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변환되는 것은 아니다. 소리의 기준은 늘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장소에 따른 소리의 세기는 다음 표와 같다.

 

<장소에 따른 소리 세기>

소리 세기 기준

수치()

최소 가청한계치

0

조용한 도서관에서의 소리

40

5m 거리에서 속삭이는 소리

50

일상적인 대화의 소리

60

교통이 혼잡한 거리에서의 소리

80

지하철이 달리는 소리

90

디스코텍의 소리

110

100m 거리에서 들리는 비행기 소리

120

※ 사람이 가장 편하게 듣는 수준의 소리의 세기는 40~60㏈이다.

 

이를 보면 사람들이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세기는 50㏈이다. 일상적인 대화의 소리 세기는 60㏈이다. 지하철이 달리는 소리 세기는 90㏈이다. 사람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소리 세기는 120㏈ 내외이며 최대 가청한계치는 140㏈이다. 사람이 가장 편하게 듣는 수준의 소리 세기는 40~60㏈이다. 그런데 소리 세기가 최소 가청한계치 0㏈에서 20㏈로 커질 때 실제 소리의 세기는 10㏈의 2배가 아니라 10배가 된다. 다시 말해 소리 세기가 커질수록 그 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렇게 소리 세기가 커지면 우리는 그 소리에 짜증이 난다. 우리가 듣기에 불쾌하고 시끄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사장의 작업 소리나 시끄럽게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 소리 등이다. 이런 소리를 우리는 소음이라고 한다. 소음도 ㏈ 단위로 사용한다. 소음은 너무 크거나 불규칙하고 원하지 않는 불쾌한 소리를 말한다. 소음의 특성은 주기적인 기본 주파수 없이 무작위적이고 비주기성으로 넓고 고르게 퍼져 있다.

이처럼 무작위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뇌가 혼란을 겪으며 긴장한다. 도시의 시끄럽고 복잡한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뇌는 이를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만성 과부하 상태가 된다. 뇌의 피로는 물론 집중력 저하와 불안감을 유발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 소음이 더 커지면 고막에 가해지는 힘도 커지면서 고막이 손상된다. 청각세포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심리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두통, 불면, 기억력 감퇴, 정신질환까지 발생한다. 

소음이 95㏈ 이상이면 두통을 유발한다. 130㏈ 이상이면 청각에 고통을 준다, 150㏈ 이상이면 소리를 감지하는 청각 중이에 있는 청소골이 손상을 입는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청력이 약해지고 영구성 난청이 발생한다. 순환기계나 호흡기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엄청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소음이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작은 소음이나 부드러운 소음은 오히려 뇌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뇌는 복잡한 연산과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기관이다. 이런 일을 수행할 때마다 소음을 발생하기도 하고 소음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경학자들은 뇌가 작업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꼭 필요한 소음이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은 오히려 뇌 활동에 효과적이다. 적당한 소음은 소음공명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활동력을 높인다. 작고 부드러운 소음이 있는 숲소리는 뇌의 활성화 치유에 효과적이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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