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112. 숲소리치유(4)

△ 숲소리 감정은 뇌가 한다
이처럼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나는 숲소리는 사람의 감각기관인 청각으로 듣는다. 반응시간은 감각기관 중에 가장 빠른 0.0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공기 입자가 파동을 일으키면 그 음파가 외이(外耳)와 중이(中耳)를 거쳐 내이(內耳)까지 다다른다. 이때 신경을 자극해 대뇌에서 소리 청각을 느낀다. 소리를 듣는 귀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바깥에 있는 것이 외이다. 귓바퀴라고 한다. 외이는 소리를 모으고 고막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고막은 외이와 중이 사이에 있다. 가운데 있는 중이에는 청소골(이소골)이 있다. 청소골은 소리를 느끼는 작은 뼈다. 고막에서 떨리는 진동을 받은 중이는 청소골을 통해 증폭시킨다. 청소골은 역할에 따라 추골, 침골, 등골 등 3개의 뼈로 나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들어온 진동은 내이에서 전기 신호로 바뀐다. 내이에는 달팽이관이 있다. 달팽이관은 나선형 구조이며 털세포(유모세포, 청각세포)로 돼 있으며 액체로 차 있다. 청신경과 연결된 털세포는 진동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꾼다. 이렇게 바뀐 전기 신호는 청신경을 통해 연수와 중뇌를 거쳐 대뇌 측두엽에 있는 청각 피질로 전달된다. 청각 피질은 소리를 인지하고 그 소리가 말소리인지, 음악 소리인지, 새소리인지를 해석한다. 그리고 그 소리가 가까이서 나는 소리인지, 멀리서 나는 소리인지도 인지한다. 다시 말해 음감(音感)을 갖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아름다운지, 시끄러운지에 대한 느낌과 감정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청각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감각기관과 마찬가지로 고음에 둔감해진다. 어린이는 20,000㎐까지 들을 수 있으나 성인이 되면 16,000㎐로 떨어진다. 그리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청 범위 밖의 저주파에 오래 노출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멀미, 현기증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반면에 비가청 대역인 초음파에 오래 노출되면 뇌신경 세포가 파괴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소리에 노출돼 살고 있다. 일터 등에서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럴 때 청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고막이 손상되거나 중이에 있는 청소골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청소골 떨림 기능이 떨어져 청각 장애를 입기도 한다. 또는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이나 청각세포인 털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뇌로 전달할 수 있는 전기 신호 변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뇌로 청신경 전달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청각기관 역시 우리가 생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숲소리에는 질서가 있다
숲은 수많은 소리로 어우러져 있다. 높고 낮고 크고 작고 변화무쌍하다. 천차만별이다. 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 나뭇가지와 가지가 부딪히는 스산한 소리, 봄비 내리는 소리, 가을바람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냇가에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 숲속 이곳저곳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곤충 등 풀벌레가 풀잎을 갉아 먹는 저작 소리, 수꿩이 지르는 목청소리, 뜨겁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 폭우가 쏟아지는 날 천둥소리, 장마철 맹꽁이 소리, 가을 숲속에서 낮게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는 치유객의 낙엽 밟는 소리, 바람이 소나무숲을 스치며 지나갈 때 맑게 나는 송운(松韻), 소나무숲이 울려 나는 송뢰(松籟), 소나무가 물결치는 듯 흔들리며 들리는 송도(松濤) 등이 있다.

이들 소리는 어느 하나만 따로 떼어내 들리지 않는다. 환경과 날씨와 임상 상태와 기온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계절마다 시끌벅적하다. 봄에는 청아한 새소리가 으뜸이다. 5월의 조용한 숲에서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타고 들려오는 그윽한 뻐꾸기 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나무줄기에 매달린 딱따구리가 드럼을 치듯 딱딱딱 나무줄기를 찍는 소리도 듣기 좋다. 

활기로 넘치는 숲의 여름에는 수많은 소리가 어우러진다.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 소리, 곤충 소리, 바람 소리가 중후하게 들린다. 이 중에 매미 소리와 여치 소리도 힘을 보탠다.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다. 멀어져가는 고향의 소리 같다. 참나무 숲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면서 구르는 소리도 인상 깊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 숲을 밟으며 걸을 때 사각사각 들리는 낙엽 밟는 소리도 있다. 겨울이 오면 생명의 소리는 사라지고 날카롭고 매서운 바람 소리가 슁슁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간다. 바람 소리는 소나무숲에서 더 세다. 솔잎 사이를 쏴아 쏴아 파도치듯 빠져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마음의 근심을 씻어낸다. 

소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서도 그 특색이 뚜렷하지만,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상태인 임상에 따라서도 다르다. 삼나무나 소나무로 빼곡하게 들어찬 숲에서는 바람 소리가 우세하다. 새소리, 곤충 소리는 바람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천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자연림에서는 다양한 소리로 가득하다. 이는 임상에 따라 살아가는 생명이 다르기에 그에 따라 소리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밤에 듣는 숲소리는 낮은 소리까지 더 맑고 깨끗하게 들린다.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 속에 듣는 숲소리는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이런 천차만별의 소리는 수많은 주파수 대역으로 혼합돼 있다. 그리고 종합적인 소리 층을 형성한다. 새소리는 중고주파 대역이다. 곤충 소리는 고주파 대역이다. 바람 소리, 물소리는 저주파에서 고주파까지 광범위한 대역이다. 우리 귀에 들리는 않는 초저주파와 초음파까지 숲소리에 녹아있다. 그래서 숲소리는 다채롭다. 생물은 물론 무생물까지 내는 고유 소리가 섞여 있다. 이들 소리는 바위, 오름 등 지형지물에 따라 반사하고 산란하고 회절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만든다. 매일 변하는 습도 등 날씨에 따라서도 소리는 흡수돼 줄어든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는 숲소리는 일정함이 없다. 수시로 바뀌고 변한다. 불규칙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규칙성을 가진다. 그렇게 해서 하모니를 이룬다. 아무리 모방을 하려고 해도 인위적으로 모방할 수 없다. 그것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숲소리 교향곡이다. 그 교향곡에는 백색소음도 있고 마스킹 효과도 있다. 방음효과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 숲소리에는 제주의 풍경과 문화도 들어있다. 종합적인 사운드스케이프 수준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숲소리는 1/f 패턴을 띠는 아름다운 소리라고 말한다.

△ 숲소리에는 백색소음이 있다
숲소리에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소리도 있지만 불규칙한 소리도 함께 어울려 있다. 숲의 불규칙한 소리에는 바람 소리, 폭포 소리, 빗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있다. 자연의 소리다. 이들 소리는 음높이가 불규칙하고 넓고 고르게 퍼져 있다. 그리고 이들 소리는 특정 음높이를 가지는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규칙적인 기본 소리에 덮여 있다. 그래서 일정한 기본 소리에 불규칙한 소리가 어우러져 나는 소리를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여기서 백색이라는 의미는 백색광에서 유래한다. 백색광은 대낮에 햇빛이 비치면 대기는 투명 하얀빛으로 빛난다. 가시광선 햇빛에는 무지개색이 있다. 무지개색이 모두 합쳐지면 하얀색 백색광이 된다. 빨간빛 등 어느 특정 빛으로 대기를 물들이지 않고 무지개색이 합쳐진 하얀빛으로 비친다. 이처럼 숲소리에도 규칙적인 기본 주파수 소리와 함께 불규칙한 수많은 자연 소리가 합쳐 하나의 소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바람 소리나 빗소리가 불규칙한 소리이지만 이를 소음으로 여기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들어왔던 자연의 소리이기에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진다. 

특히 백색소음 중에는 핑크소음과 브라운소음도 있다. 핑크소음은 부드러운 소리를 기준으로 하는 자연의 소리다. 낮은 주파수(저음)에는 더 크게 들리고 높은 주파수(고음)에는 더 작게 들리는 소리다. 빗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브라운소음은 핑크소음보다 더 저음을 강조하는 소리다. 저주파가 더 강하게 들리고 고주파는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다. 천둥소리, 강한 바람 소리, 큰 폭포 소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백색소음의 유형과 특성>

소리 유형

주파수 분포

특성

효과

예시

백색소음

고르고 넓음

모든 주파수에 있으며 날카롭다.

집중력 향상, 심신 안정

쉬익~” 라디오 잡음 등

핑크소음

고주파 감소

저주파 중심의 부드러운 소리

수면 질 향상, 스트레스 완화, 인지기능 향상

빗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등

브라운소음

저주파 증가

저주파 더욱 강조

불면증 개선, 명상 및 이완, 집중력 향상

큰 폭포 소리, 천둥소리 등

이처럼 백색소음의 유형에 따라 소리의 치유 효과도 있다. 백색소음은 집중력 향상과 심신의 안정 치유 효과가 있다. 핑크소음은 자연의 부드러운 소리로 수면의 질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한편 기억력을 높이는 인지기능 치유 효과가 있다. 천둥소리처럼 저주파에 더욱 강조되는 브라운소음은 불면증 개선과 스트레스 완화, 집중력 향상에 치유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숲소리에는 소음 공명도 있다. 이는 특정 작은 소리가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오히려 더 잘 들리는 현상이다. 주변 소음의 주파수가 특정 작은 소리 주파수와 공명이 일어나면서 작은 소리의 주파수 진동을 더 키운다. 이처럼 소음 공명은 특정 주파수 소리가 다른 물체의 주파수와 일치할 때 공명이 잘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특정의 작은 소리는 다른 소리와 공명을 일으키면서 더 크게 들린다. 예를 들면 주택 건물에서 옆방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경우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이를 차단하기 위해 벽면에 방음재를 사용한다.

소음 공명의 원리는 뇌를 활성화하는 데도 이용한다. 뇌의 신경세포 뉴런은 일정 임계치 이상의 신호를 받아야 활성화한다. 뇌에 주어지는 신호가 약할 때는 완전한 무소음 환경보다는 임계치를 넘는 적당한 소음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뇌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청각 기능도 백색소음이나 미세한 잡음을 더할 때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빗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백색소음이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을 높이는 치유 효과가 있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센터 대표/ 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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