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74. 식물치유(6)
△ 식물은 현무암 화산지형과도 투쟁한다
식물은 제주 땅에서도 자란다. 제주 흙에 뿌리를 내린 식물은 평생을 제주지역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 한번 씨앗이 뿌리를 내려 정착하면 좋든 싫든 그곳에 살아야 한다. 동물처럼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은 정착지가 중요하다. 정착지에는 땅을 비롯해 지형과 기후 환경이 있다. 지형은 심한 기복을 이룬다. 기후에도 많은 요소가 있다. 기온, 바람, 강수량 등이다. 이들 기후요소는 계속 변화한다. 이는 식물의 생존과 생활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만큼 정착지가 식물의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씨앗의 정착지가 정해지면 땅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흡수한다. 그렇다고 땅마다 영양분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지역마다 땅의 성분이 다르다. 흙이 많은 곳도 있고 바위로 된 곳도 있다. 이처럼 식물이 뿌리를 내려 사는 제주의 땅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상태에 이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제주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식물 생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땅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 처음 화산폭발이 일어난 시기는 180만 년 전이다. 이 시기는 200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신생대 제4기에 해당한다. 플라이스토세라고도 한다. 이 시기에는 기후 변동이 심해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가 있었다. 빙하기에는 비가 적고 눈이 많았다. 바다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적어 해수면이 낮아졌다. 지금의 해수면보다 100~130m 정도 내려갔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해수면이 높아졌다. 6천 년 전 날씨가 최고의 온난기였다. 이때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높아 바닷물이 제주 해안 높은 언덕까지 들어찼다. 제주 해안 오름의 절벽을 보면 바닷물이 들어차 침식됐던 흔적이 있다.
물론 화산활동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180만 년이 이어져 오는 동안 적어도 98회 이상의 화산분출이 있었다. 바닷속의 지반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주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최남단에 위치한다. 내륙과 멀리 떨어져 있다. 남한 면적의 1.83%에 이른다. 지리적 위치는 동경 126°08′~126°58′, 북위 33°06′~34°00′이다. 북단은 추자면 대서리이고 남단은 대정읍 마라도다. 북쪽으로 한반도가 자리하고 서쪽으로 중국이다. 동쪽으로는 일본 열도가 있다. 남쪽으로는 적도와 동남아 국가들이 있다. 그래서 제주는 동북아의 중심지로 연결고리의 요충지다.
제주 지형은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심한 기복 지형을 이룬다. 한라산이 만들어지고 오름이 곳곳에 즐비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사상을 이룬다. 동서 사면은 경사가 3~5° 정도로 완만하다. 반면에 남북사면은 5° 이상으로 매우 가파르다. 그래서 남북사면으로 하천이 발달해 있다. 하천은 현무암 특수층으로 물 빠짐이 높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건천이 된다.
지질은 현무암류가 대부분이다. 일부 조면암이나 안산암 등이 있으나 미미하다. 그래서 제주는 현무암 흙이다. 현무암이 부서져 가루가 되면서 흙이 만들어졌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연구소는 1976년 제주도의 토양을 크게 4개 토양군으로 나누고 이를 또다시 66개 토양통으로 세분화한다(도표 참조). 이를 보면 용암류와 산악지로 나누고 토양의 색깔 등에 따라 세분화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토양군은 중문-오라-구좌지역이다. 짙은 암갈색 토양으로 전체면적의 41.37%를 차지한다. 이 토양군은 14개 토양통으로 구성돼 있다. 제주도 남쪽 해안과 서쪽 및 북쪽 중산간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다음으로 넓은 지역은 평대-행원-민악 토양군으로 21.63%를 차지한다. 용암류 대지로 흑색을 띤다. 동부지역과 한라산 북·서쪽 경계지역에 분포한다. 자갈과 바위 등이 있어 배수가 양호하다. 이 토양군은 16개의 토양통으로 구성돼 있다. 다음으로 넓은 면적은 동귀-구엄-용흥 토양군으로 17.02%에 이른다. 북·서쪽 해안을 따라 널리 분포해 있다. 암갈색을 띠며 배수가 양호하다. 이 토양군은 27개의 토양통으로 구성돼 있다. 추자도도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흑악-노로-적악 토양군이다. 13.7%로 가장 적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지에 분포한다. 짙은 암갈색 토양으로 배수가 양호하다. 6개의 토양통으로 구성돼 있다.
<4개 토양군 지도>
산림청 산림자원연구소는 1975년 한라산 산지의 산림 토양을 6개 등급으로 나눈다. 한라산 북사면 완경사지대는 토심이 깊고 수분이 적당하다. 남서와 남동 사면은 토심이 보통이며 수분은 건조한 편이다. 남사면과 서사면은 토심이 얕고 수분은 건조하고 침식이 심하다. 어리목과 개미목, 탐라계곡 험준 지역은 토심이 얕고 매우 건조하고 침식이 매우 심해 척박하다. 이외에 영실과 용진각 대피소 부근은 암석지다. 그리고 일부 초지지역을 이룬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간이산림토양도>
이를 볼 때 제주 토양은 현무암을 만들어진 화산재 흙이다. 자갈이나 바위가 많다. 흙이 깊이가 대부분 얕다. 물 빠짐은 좋아 수분 보호가 약하다. 특히 화산재 흙으로 산성 토양이 많다. 일반적으로 산성도는 4.5~6.3 수준을 보인다. 반면에 초강산성이나 강알칼리성은 없다. 기름진 땅이 적고 대부분 척박하다. 지형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해발고도 차이가 심하고 기복도 심하다. 그러함에도 식물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고 해도 조금의 여건만 맞으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키워 생장한다.
<토양 산성도별 생육수종>
|
산성도(Ph) |
생육 수종 |
|
3.9 이하 4.0~4.7 4.8~5.5 5.6~6.5 6.6~7.3 7.4~8.0 8.1~8.5 |
지의류, 선태류(이끼류) 소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 잣나무, 참나무류, 가문비나무류 등 대부분의 침엽수, 참나무류, 단풍나무, 피나무류 호두나무, 양버즘나무, 측백나무 등 오리나무, 네군도단풍, 물푸레나무, 측백나무 등 포플러 등 |
자료 : 산림청
도표에서 보듯이 식물은 흙의 산성도에 따라서도 식생의 차이를 보인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산성도 Ph 6~7 사이의 약산성이나 중성에 적응돼 있다. 호두나무, 양버즘나무, 측백나무 등이다. 그러나 지의류나 이끼류는 Ph 3.9 이하의 초강산성에서 자란다. 이곳에서는 부식도 빠르게 일어난다. 소나무나 잣나무는 강산성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침엽수, 참나무류, 단풍나무 등은 약산성에서 잘 자란다. 반면에 포플러는 강알칼리성을 선호한다. 이를 볼 때 산성화 화산지형의 제주 토양에는 이끼류,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많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