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76. 식물치유(8)

△ 식물은 한라산 고도별 차이에서도 투쟁한다
제주 식물이 가장 큰 특징은 고도별로 나타나는 삶의 수직적 차이점이다. 이는 제주의 복잡한 기후 환경의 영향 때문이다. 해안 저지대에서 해발고도에 따라 분포하는 식물상이 다르다. 가장 낮은 곳인 해안 저지대에서는 아열대성 또는 난대성 식물이 자란다. 중산간지대에서는 상록활엽수가 군락을 이룬다. 저고산지대에서는 낙엽활엽수가 숲을 이룬다. 고산지대에서는 상록침엽수나 관목림이 자리를 차지한다. 극고산지대에서는 초원지대를 이루거나 바위에 붙어사는 지의류 등이 터전을 일군다. 

- 해안가 식물의 삶
해안가는 밀물과 썰물,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공간이다. 해발고도가 0m인 지역이다. 거친 파도에 울퉁불퉁 바위와 암반이 드러나 있다. 바닷물에 휩쓸려 흙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굴곡진 공간에는 모래들이 밀려들어 쌓인 모래사장이 있다. 짠물이 오고 가는 공간이다. 항만과 항포구가 형성돼 있다. 곳곳에는 용천수도 솟아난다. 육지와 경계지점에는 가파른 절벽도 있다. 해안을 따라서는 마을도 형성돼 있다. 그래서 해안가는 독특한 지리적 식물환경이 형성된다. 

이곳에서는 바위틈 짠물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 자란다. 일명 해안림이다. 키는 작고 잎은 짠물에 잘 견디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 두껍고 단단하다. 강한 바닷바람 때문에 내륙으로 기울어진 편향수도 많다. 가지는 위쪽으로 둥그렇게 자라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자른 것처럼 평평한 모양을 한다. 키 작은 돈나무, 사철나무, 순비기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곰솔 등 상록침엽수가 자란다. 소금기에 잘 자라는 갯완두, 갯씀바귀, 좀보리사초, 갯금불초 등도 분포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선인장 등 아열대성 난대식물도 나타난다. 

- 저지대 식물의 삶
저지대는 해안가를 벗어나 흙이 있는 지역이다. 해발고도 100m까지 지역이다. 제주도 면적의 36.2%를 차지한다. 연평균기온이 12~19℃를 보인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이 형성돼 있다. 마을과 마을을 나누는 하천이 흐른다. 마을 주변 넓은 공터에는 농경지가 있다. 농경지 너머에는 간간이 오름도 있다. 오름 등성이나 구릉지에는 식물들이 자란다. 초지를 비롯해 나무숲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은 인위적인 간섭이 가장 심하다.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뺏어 농경지나 과수원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식물 채취나 개간 등으로 파괴되면서 식물의 삶이 인간에 의해 시달리는 지역이다. 

지역별로 보면 조천읍, 구좌읍, 표선면, 성산읍 등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초지가 많다. 반면에 서귀포인 남부지역이나 한경면, 대정읍 등 서부지역은 경작지나 과수원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동부지역에도 농경지나 과수원이 초지 공간을 점령하면서 식물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함에도 연평균기온이 따뜻해 아열대 식물이나 난온대 상록활엽수가 곳곳에 자란다. 그리고 이 지역은 중산간 지역의 식생과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키 큰 교목 군락으로는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담팔수 등이 자라고 중간 크기의 아교목 군락으로는 동백나무, 참식나무, 예덕나무, 새덕이 등이 자란다. 낮은 그늘진 관목 군락으로는 식나무, 사스레피나무, 자금우, 백량금 등이 자란다. 초본식물이나 넝쿨 식물로는 맥문동, 마삭줄, 송악 등이 나타난다.

이외에 따뜻한 서귀포 등 남부지역에는 하천을 중심으로 난대성 상록활엽수림이 우거져 있다. 안덕면 감산리 안덕계곡, 중문동 천제연 계곡, 서귀동의 천지연 하천 지역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도 헐벗은 공간을 중심으로 소나무, 삼나무, 편백 등의 조림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2차림 군락이 형성되기도 한다.

- 중산간지대 식물의 삶
중산간지대는 저지대와 저고산지대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해발고도 101m에서 500m까지 영역이다. 제주 전체면적의 45.6%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넓다. 연평균기온이 9~17℃에 이른다. 드넓은 공간에는 띄엄띄엄 마을이 형성돼 있다. 식량 확보를 위한 농경지나 과수원이 조성돼 있고 가축을 키우기 위한 초지 군락 목장지대가 드넓게 펼쳐있다. 왕릉처럼 솟아난 오름도 곳곳에 분포한다. 오름은 작은 봉우리 산이다. 오름에는 다양한 지형이 형성돼 있다. 정상·능선·등성이·굼부리·구릉지 등에 따라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중산간지대는 습기가 적당하고 건기가 비교적 짧다. 그래서 온대식물인 후박나무, 참나무류 가시나무, 너도밤나무, 고로쇠나무, 참식나무 등이 분포한다. 햇볕이 비치는 곳에서는 편백, 동백나무, 철쭉, 팽나무, 벚나무, 소나무 등이 자란다. 오름 구릉지나 등성이에는 상수리나무 등 낙엽활엽수도 있다. 삼나무, 편백 등 식재림 군락도 있다. 일부 지역은 골프장 등 인위적 개발이 잇따르면서 식물 공간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대신 인위적인 잔디군락이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중산간지대에는 곶자왈이 있다. 독특한 지대다. 겨울에는 따뜻한 온도와 습도가 형성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지하 숨골에서 솟아나는 일정한 미기후가 흐르고 있다. 미기후 지대를 형성한다. 미기후는 작은 범위에 나타나는 기후를 말한다. 지면에서 지상 1.5m 범위에서 나타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미기후는 일반 대기와 섞이면서 희석되고 사라진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는 식물은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함께 자란다. 이처럼 곶자왈은 다양하고 독특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어 식생도 그에 따라 다양하다.

- 저고산지대 식물의 삶
저고산지대는 중산간지대와 고산지대 사이에 분포하는 지역이다. 해발고도 501m에서 1,000m까지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13.8%를 차지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은 더 떨어진다. 연평균기온이 5~14℃에 이른다. 땅은 척박하다. 낙엽으로 겹겹이 쌓인 갈색산림토가 있다. 이곳에는 키가 큰 온대 낙엽활엽수가 군락을 이룬다. 땅바닥에는 떨어진 나뭇잎들로 천연 낙엽 숲을 이룬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들로 빼곡한 수관을 이루며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반면에 겨울에는 무성했던 잎들이 모두 떨어진다. 온산이 텅 비고 썰렁하고 삭막하다. 대표적인 나무로는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졸참나무, 물참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때죽나무, 비목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그 작품을 연출한다. 그늘질 곳에서는 사철나무, 굴거리나무 등 상록활엽수도 섞여 자란다. 식물들이 가장 편안하게 생활하는 곳이 저고산지대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 사람의 간섭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식물들의 삶이 자유롭다.

- 고산지대 식물의 삶
고산지대는 저고산지대와 극고산지대 사이에 분포하는 지역이다. 해발 1,001m에서 1,800m까지 지역이다. 제주도 면적의 4.0% 정도 규모다. 연평균기온은 3~12℃를 보인다. 따라서 고산지대는 식물의 생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너무 춥거나 바람이 많다. 적설량이 많다. 일교차와 연교차도 심하다. 흐린 날이 많아 햇볕도 충분하지 않다. 토양온도는 높아 수분 증발산량이 많다. 이런 기후 환경 때문에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가 더는 자랄 수 없는 수목한계선에 이른다. 

나무의 생존은 겨울보다는 여름 기온에 민감하다. 이는 여름에 광합성을 해야 하고 겨울에는 동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기온이 10℃를 유지해야 나무가 자랄 수 있다. 그런데 한라산 고산지대에는 이런 기온분포가 잘 나타나지 않아 큰키나무들이 적응하며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키가 작은 관목이나 침엽수, 초본류 등이 자란다. 구상나무 등 고산지대 침엽수나 눈향나무, 털진달래, 산철쭉 등의 관목이 자란다. 관목은 사람 키보다 작고 줄기와 가지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나무로 일명 떨기나무라고도 한다. 그리고 고도가 더 높아지면 고산초원지대를 이룬다. 풀밭에는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난다.

- 극고산지대 식물의 삶
극고산지대는 고산지대를 넘어 해발고도 1,800m에서 백록담 정상 1,950m까지다. 면적은 0.4% 정도다. 이곳의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기온은 최저기온 –10℃에서 –6℃이며 평균기온은 4.0℃에서 8.8℃의 범위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고정군(2000)이 1997년 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해발 1,920m 백록담 동쪽 능선에서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의 연평균기온은 3.7℃로 나타났다. 연 최저기온은 –9.0℃이고 연 최고기온은 21.0℃다. 가장 추운 1월 평균기온은 –9.0℃다. 

이처럼 한라산 정상은 기온이 매우 낮다. 바람이 강하고 적설량이 많다. 지형 기복에 따라 적설의 깊이도 불규칙하다. 연교차나 일교차도 심하다. 토질은 척박하고 흙은 주기적으로 얼고 녹으면서 식물이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혹독하다. 

그런 곳에서도 식물은 산다. 혹독한 환경에 자신의 삶을 맞춘다. 성장은 줄이고 잎의 면적도 줄인다. 대신 단단하고 두꺼운 잎을 만든다. 털도 많이 만든다. 뿌리는 길고 넓게 퍼지도록 한다. 지표면에 바짝 달라붙어 자란다. 그래서 이곳의 식물은 –6℃까지 광합성이 가능하다. 15℃ 내외에서 가장 활발하다. 극고산지대 식물 가운데 일부는 신생대 제4기 빙하기 북쪽의 추위를 피해 들어온 식물로 보기도 한다. 한라산 극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돌매화나 시로미도 추위를 피해 새나 바람에 의해 이곳까지 옮겨와 살아남은 유사 식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제주는 해안지대에서 극고산지대까지 다양한 식물의 생활상을 보인다. 이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서 형성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 필자 소개

필자는 1959년 제주시 월평동에서 태어나 제주의 숲과 오름을 사랑하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때는 제주일보 편집부장, 제주경실련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현안과 맞서기도 했다. 시인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를 취득한 후에 ‘제주숲치유연구센터’를 설립해 숲의 치유력을 탐하고 있다. 201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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